2월 임시국회서도 논의 지지부진
경쟁국 파격 지원에…속 타들어가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우리 반도체 기업의 중장기적 투자계획 수립 등을 위해서라도 국회는 하루빨리 소위 ‘K칩스법’ 처리에 나서야 합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
거센 메모리 반도체 한파 속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는 가운데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전략산업 지원을 위한 이른바 K칩스법의 입법화는 말 그대로 ‘지지부진’ 그 자체다. 12일 업계 및 국회에 따르면 K칩스법의 한 축으로,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담은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은 지난달 19일 정부 발의로 국회 기재위에 회부됐지만 조세소위원회에 상정도 못 하는 등 2월 임시국회 들어서도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4~15일 기재위 전체회의와 조세소위원회가 예정된 국회를 찾아 설득에 나설 방침이지만 야당이 재벌 특혜·타산업과의 형평성 등을 지적하고 있는 만큼 난항을 거듭할 공산이 적잖다.
| 그래픽=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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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분기 반도체 부문(DS) 영업이익이 97%나 빠진 삼성전자와 아예 10년 만에 적자를 낸 SK하이닉스 등 우리 업계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한다면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글로벌 경쟁기업들로부터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은 최근 국적을 따지지 않고 일본에서 반도체를 10년 동안 생산하는 전제 조건 아래 설비 투자에 나선 기업의 투자금액 3분의 1을 보조하겠다는 파격 지원책을 내놨다. 기업 지원을 위해 배정된 올해 예산만 3686억엔(약 3조5000억원)으로, 전체 추경예산(1조3000억엔)의 30%를 차지한다. 일본과 함께 칩4 동맹국인 미국과 대만도 대규모 보조금 지원에 더해 각각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율과 연구개발 세액공제율을 25%로 올리며 자국 반도체 산업 보호에 나섰다.
반면, 우리의 지원은 상대적으로 초라하다. 조특법 개정안이 통과하더라도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은 대기업·중견기업의 경우 현행 8%에서 15%로 상향하는 데 그친다. 투자증가분에 대한 10%의 임시 추가 세액공제까지 더하면 대기업은 최대 25%까지 지원받을 수 있지만 경쟁국의 파격적 지원책과는 거리가 있다.
| 그래픽=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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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우리 기업이 반도체 제조공장 1기를 투자(약 40조원)할 경우 5년간 생산 유발과 고용 유발 효과는 각각 200조원, 27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대기업 설비투자의 약 20%는 국내 장비 중소·중견기업 매출로 직결된다. 범진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정부 지원은 필수”라고 했다. 이규복 회장은 “K칩스법이 통과되면 세금으로 나갈 돈으로 재투자가 가능해지는 만큼 연구개발(R&D)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K칩스법이 통과돼야 향후 설비 및 R&D 등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짤 수 있다”고 했다.
| 국가별 반도체 세제 및 보조금 혜택 요약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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