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주도권' 쥔다…삼성·SK 올해 역대급 투자

이준기 기자I 2022.02.02 15:07:33

업계 삼성 70조·SK 13.5조 이상 관측
TSMC·인텔의 공격적 투자 기조 대응
수요 강세 등 대내외 불확실성 상쇄
올해 삼성 300조·SK 50조 매출 고지

[이데일리 이준기 최영지 기자] “올해는 불확실성과의 전쟁입니다. 그렇다고 국가 필수전략기술인 반도체의 글로벌 주도권을 놓쳐선 안 될 것입니다.”(업계 관계자)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올린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올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K반도체의 위용을 거듭 뽐낼 것으로 관측된다. 녹록지 않은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글로벌 경쟁사의 과감한 투자 흐름에 맞서 반도체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이를 통해 작년 미국 인텔을 3년 만에 밀어내고 ‘글로벌 왕좌’를 탈환한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의 질주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 성장을 통한 ‘1위 수성’에,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계기로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부문까지 ‘2위 굳히기’에 나설 것이란 게 업계 및 전문가의 전망이다.

◇결국 ‘쩐의 전쟁’

삼성전자는 올해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업계 안팎에선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평택 반도체 3·4공장과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투자를 고려하면 지난해 투자 규모(70조6000억원)를 웃돌 것이란 얘기다. 그도 그럴 것이 경쟁사들이 경쟁적으로 설비 및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선 상황인 만큼 삼성전자로선 주춤할 여유가 없다. 경쟁사 간 ‘쩐의 전쟁’ 속에 삼성 역시 밀리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최대 파운드리 업체이자 아시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대만 TSMC는 지난달 13일 결산발표회에서 올해 반도체 설비에만 최대 440억달러(약 53조원)를 투입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바이든 미 행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인텔도 전년 대비 60%가량을 늘린 280억달러(약 34조원)의 투자를 예고한 바 있다. 이미 인텔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미 오하이오주(州)에 200억달러(약 24조원)를 투입, 약 1000에이커 부지에 2개의 첨단 반도체 공장 설립을 공식화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지금 삼성전자의 캐시카우(현금줄)는 메모리반도체이지만 앞으로는 시스템반도체 시장이 더 커질 것이다. 그렇다고 또 메모리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며 “1위를 유지하기 위한 탄력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시스템반도체 쪽에선 파운드리 관련 투자가 중요하다”고 했다.

SK하이닉스도 작년 수준(13조4000억원)을 뛰어넘는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부지 매입, 미국 R&D 센터 건립 등 미래 성장을 위한 건설 및 인프라 부분의 투자가 늘 것”이라고 했다.

◇불확실성 점증

업계 안팎에선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대확산과 원자재·물류비용 상승, 글로벌 공급망 불안, 미국 테이퍼링 (자산매입 축소) 가속화와 긴축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 미·중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우려 등 각종 불안요인이 상존한 탓이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지난달 27일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고 했고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사장도 29일 컨퍼런스콜에서 “조금 불확실한 부분들이 있다”고 했다. SK하이닉스로선 최근 용지 매입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문제도 떠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능한 이른 시점에 용인 부지를 확보해 2026년 초에는 새 공장을 가동할 계획”이라며 “그러나 현재 산단 부지 조성과 토지매입은 특수목적회사(SPC)가 하고 있고 우리가 분양을 받아야 하는 부분인 만큼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올해 역시 비대면 정보기술(IT) 수요 증가와 데이터센터 등으로 인한 수요 강세, 업황 사이클 변동폭 축소에 따른 시장 안정화, 기술력 향상으로 인한 경쟁력 확보 등 우리 반도체기업들의 전략이 이 같은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상쇄할 것이란 게 업계 및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 매출의 40%가 서버용인데, DDR5 D램이 나오면 매출 증가가 기대된다”며 “메모리반도체 쪽은 워낙 잘하는 만큼 파운드리 비즈니스 쪽 매출을 많이 키우면 삼성전자는 계속 글로벌 1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올해 반도체 수출 증가율을 24.3%로 예측했다. 지난해 수출 증가율(29.0%)에 소폭 밑돌긴 하지만 글로벌 반도체 수요 증가세가 지속하는 만큼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란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첫 300조원 매출 고지를, SK하이닉스도 50조원 고지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