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글로벌 경기 개선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의 실적 호조세가 나타나면서 2018년 무술년 신용평가(크레딧)시장에서는 업종별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업황호조가 이어지고 있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업종은 긍정적이지만 조선을 중심으로 한 호텔과 면세점, 유통 등은 전망이 어둡다.
31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업황 호조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는 반도체와 정유·석유화학 업종의 신용등급 방향성은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화학 신용등급 방향성 ‘긍정적’
올해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이들 기업이 D램 과점구조를 형성한 가운데 반도체 수요가 기대치를 상회하면서 수익성이 큰폭으로 개선됐다. 내년에도 반도체 업황 호조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실적을 낼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석유화학업종의 신용등급 방향성도 긍정적이다. 석유화학 산업의 경우 미국 ECC(에탄분해설비) 증설 지연으로 내년에도 우호적 업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정유업종은 정제마진 개선과 경기회복으로 인한 수요 증가로 사업환경은 우호적일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정유사가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등급상향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조선·호텔, 수주 감소→수익성 악화 ‘부정적’
반면 조선업종은 수주 감소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어 부정적 전망이 우세하다. 구조조정과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도 수년간 이어진 업황 부진으로 등급 하방 압력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 삼성중공업이 올해와 내년 대규모 영업손실 발생가능성을 공시하면서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자동차와 중국 사드 보복 이슈로 실적 부진이 나타났던 호텔(면세)업은 실적 개선이 예상되지만 기저효과일 뿐 실적 불확실성은 여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고 있지만 국내 산업들의 신용등급 상향 기조로 추세가 전환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송태준 한국기업평가 실장은 “실적 호조를 기록하며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는 반도체·석유화학업의 등급 방향성이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업황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조선과 중국발 어려움에 직면한 디스플레이·호텔(면세) 및 소매유통·해운 등 다수 산업들의 등급방향성이 부정적임에 따라 전체적인 2018년 신용등급 방향성은 부정적”이라고 판단했다.
김기필 NICE신용평가 실장은 “하향 우세 신용등급 방향성이 상향 우세의 3배에 달하는 상황과 신용등급 ‘부정적(Negative)’ 등급전망이 ‘긍정적(Positive)’의 2.3배에 달하는 상황을 고려할 경우 등급 상향기조로의 전환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