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5일. ‘수습’이란 단어를 방패 삼아 맨몸으로 광장에 뛰어든 날이다. 이날 열린 17번째 촛불집회는 기자라는 직업을 택한 이후 처음 접한 촛불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외친 것은 ‘박근혜 퇴진’이었지만 원한 것은 눈높이에서 국민과 대화하는 대통령이었다. 광화문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한 시민은 “대통령이 일을 잘하고 못하고 보다는 자세를 낮추고 우리에게 귀를 기울여줄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불통의 시대를 막내리고자 한 시민들의 염원이 탄생시킨 정부다. 문 정부의 문이 항상 열려 있어야 하는 이유다.
그 문은 한쪽만 열려 있어서는 안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며 광장을 메웠던 수십만의 태극기도 국민이다. 나와 뜻이 다르다고 해서 ‘적폐’라는 낙인을 찍어 편을 갈라 배격하는 것은 1700만 촛불시민들이 원했던 나라가 아니다.
모두에게 활짝 열린 정부, 낮은 곳에 더 귀를 기울이는 나라가 광장을 메웠던 시민들이 만들고자 한 정부이며, 나라다.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광장, 가장 솔직한 곳…대한민국이 광장이 되는 날 오길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포장하려 한다. 자랑하고 싶은 곳은 드러내고, 그렇지 않은 부분들은 숨긴다. 그러나
다른 장소였다면 그들이 비정규직 노동자임을지, 성소수자임을 그렇게 떳떳하게 꺼내놓지 못했을 것이다. 촛불 아래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비주류라는 이유로 우리사회에서 소외됐던 그들이 촛불 아래 광장에서만은 오롯한 시민이었다. 이들이 한겨울 맹추위를 뚫고 전국 각지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모여든 것은 이처럼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쉽지 않은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였을 것이다.
촛불이 켜진 광장은 대한민국이 누구나 평등한 민주공화국임을 느끼게 해준 장소이며 시간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당시 광장을 가득 메웠던 시민들은 이제 저마다의 삶으로 돌아갔다. 촛불 1년을 맞아 다시 찾아가 만난 이들은 촛불이 세상을 바꿨지만 아직도 갈길이 멀다고 했다. 하지만 희망 또한 있다고 했다. 모든 사람이 동등하며 스스로에게 솔직할 수 있는 곳. 대한민국이 모두 광장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촛불 1년, 우리는 과연 달을 보고 있을까
그는 2014년 11월 ‘정윤회 문건’ 보도를 통해 대통령의 비선(秘線)을 세상에 처음 알렸다. 하지만 진짜 비선인 정윤회의 아내 최순실이 신문 일면에 등장하기까지 그로부터 10개월이 필요했다. 그사이 청와대는 ‘문건 유출’이란 프레임을 만들어냈고 일각은 호응했다. 그는 문건 유출(손가락)이 아닌 국정농단(달)을 봐야 한다고 했지만 먹히지 않았다.
촛불 1년을 맞은 우리는 과연 달을 보고 있을까. 촛불로 대통령이 바뀌었다. 국정농단을 타산지석 삼아 곳곳에서 적폐를 청산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낸 과거 권력은 드러난 민낯에 고개를 들지 못한다. 하지만 일각은 이를 ‘정치 보복’이라며 사람들이 달이 아닌 손가락을 보게 호도한다. 일부 언론은 벌써부터 적폐 청산과 정치 보복을 같은 무게로 취급한다.
지난 2월 18일 16차 촛불집회부터 지난 4월 29일 마지막 촛불집회까지 광화문광장을 취재했다. 광장에 나온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는 조금 달랐지만 모두 국정농단에 분노해 촛불을 들었다. “정치 보복”을 외치는 일각은 촛불을 존중해야 한다. 그들이 욕먹은 지 아직 1년이 못됐다. 다시 광화문이다. 구호는 “적폐 청산”이 좋겠다. [이데일리 윤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