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부동산 서비스회사 햄프튼스 인터내셔널 자료를 인용해 러시아인의 켄싱턴이나 첼시 같은 런던의 고급 주거지역 구매비율이 2014년 6%에서 작년 2%로 급감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반면 비교적 집값이 싼 클래펌이나 이즐링턴, 핌리코 등지의 주택구매는 같은 시기 2%에 11%로 급상승했다.
중국인 투자자들의 구매 패턴도 비슷한 모습이다. 고가 주거지역 구매 비중은 같은 시기 1년 새 4분의 1(8→2%)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던 외곽지역은 2%까지 구매 비중이 올라갔다.
러시아와 중국 투자자들의 변심에는 환율과 향후 집값 전망이 영향을 줬다. 서방의 제재를 받는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가 반 토막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런던에 집을 사려는 러시아 투자자 입장에서는 불과 1~2년 사이 런던 집값이 두 배 오른 효과가 발생한다. 그만큼 구매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피오뉴알라 얼리 햄프슨스 리처치 디럭터는 “런던은 러시아인에서 안전한 도피처라는 인식이 있다”면서도 “러시아가 경제제재를 받은 이후 루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가격이 합리적인 집으로 수요가 몰렸다”고 설명했다.
중국 쪽에서도 반부패 사정활동이 강화한데다, 외화 반출이 쉽지 않아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또 런던 도심의 고가주택이 오를만큼 올랐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실제 고가 주택의 가격 상승폭도 주춤한 상황이다. 추가 수익을 노리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중한 분위기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이러자 유동성 공급이 줄면서 고가 주택의 하락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미국 달러화와 통화가치를 연동하는 중동 큰손들은 활발하게 고가 주택을 사들이고 있다. 작년 기준 중동 투자자의 고가주택 구매 비중은 16%까지 치솟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6%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러시아와 중국 큰손이 돌아서면서 외국인의 런던 고가지역 주택구매는 1년 전보다 32%나 줄었다. 전체 손바뀜도 26% 감소했다. 여기에는 런던이 인지세를 도입한 것도 영향을 줬다고 FT는 설명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도 영국 고가 주택시장에 영향을 줄 변수다. 영국이 EU의 둥지를 떠나면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탓에 영국 파운드화 가치는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외국인 투자자로서는 파운드화 가치가 하락해 영국의 집값 투자 매력도가 올라갈 수 있는 측면과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 영국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 가속화 할 가능성이 공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