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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제, ‘유예’는 답이 아니다[손바닥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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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I 2026.09.19 07: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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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줄어도 가격 안정 별개
“주택 적용 자체 재검토해야”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면 매물이 늘고 거래가 살아날까. 최근 서울의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수를 보면 이 정책의 효과를 다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6년 8월 서울 아파트 토지거래허가 신규 신청은 3012건으로 집계됐다. 7월 4618건보다 34.8% 줄었고, 올해 최고치였던 4월 8896건과 비교하면 66.1% 감소했다. 4월 이후 5월 6011건, 6월 5277건, 7월 4618건, 8월 3012건으로 4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서울 전역 지정 이후 월간 기준 최저치다.

서울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매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서울 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매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더 주목할 것은 정부가 지난 5월부터 세입자가 있는 주택의 실거주 의무 유예 대상을 확대했음에도 신청 감소세가 이어졌다는 점이다. 8월 실거주 의무 유예 신청은 135건으로 전체 토허 신청의 4.5%에 불과했다. 유예 대상 확대가 현재까지 주택거래 증가로 이어지는 뚜렷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9월 17일 실거주 유예 신청 기한을 2027년 12월 31일까지 연장하고 임대차계약 갱신까지 유예 대상으로 확대했다. 무주택 요건과 2년 거주의무는 유지된다.

유예는 규제를 없애는 정책이 아니다. 규제의 적용 시점을 뒤로 미루는 것이다. 주택을 매수하는 사람은 여전히 향후 실거주 의무를 고려해야 하고, 임차인이 있는 주택이라면 임대차계약 기간과 거주 시점까지 계산해야 한다. 결국 거래의 문턱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일부 거래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는 방식이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정책을 믿고 행동한 사람이다. 토지거래허가제가 계속 유지될 것으로 판단해 집을 매도한 사람 가운데는 이후 실거주 유예가 확대되는 것을 보면서 ‘조금 더 기다렸다가 팔았으면 어땠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반대로 규제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매수를 포기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서울시 토지거래허가 신청건수 (그래픽=도시와경제)
서울시 토지거래허가 신청건수 (그래픽=도시와경제)
이처럼 정책 변화가 반복되면 시장 참여자의 의사결정과 손익이 뒤바뀔 수 있다. 하지만 핵심은 정책의 일관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주택에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정상적인 거래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토지거래허가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시장 안정이다. 그렇다면 거래 신청을 줄이는 것보다 실제로 가격 안정에 효과가 있었는지를 봐야 한다.

토지거래허가 신청서에 기재된 계약 예정가격은 8월 서울의 신청가격은 전월보다 0.1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 건수는 감소했지만 가격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강북권은 0.61%, 한강벨트는 0.52% 상승한 반면 강남3구·용산은 0.34%, 서남권은 0.99% 하락했다.

물론 이 수치는 실거래가격지수가 아니라 해당 월 토지거래허가 신청 건의 예정금액을 기반으로 산출한 지표이므로 실거래가격과 동일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확인된다. 거래를 제한하는 것과 가격을 안정시키는 것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특히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매수 수요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거래 가능한 매물이 줄어들 수 있다. 거래가 위축된다고 가격이 반드시 하락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선호지역에서는 매도자가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거래는 줄고 가격은 유지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토지거래허가제의 취지를 전면 부정할 필요는 없다. 개발계획 등으로 특정 토지에 거래가 집중되는 경우에는 토지 이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토지와 주택은 거래의 성격이 다르다. 주택은 토지와 건축물이 결합된 상품인 동시에 사람이 실제 거주하는 생활공간이다. 매매와 임대차가 함께 움직이고, 집주인과 세입자의 계약관계도 존재한다. 여기에 실거주 의무까지 부과하면 정상적인 주택 거래에도 상당한 제약이 발생한다.

특히 서울 전역처럼 지역별 가격과 수급 상황이 다른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8월에도 강북권과 한강벨트는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강남3구·용산과 서남권은 하락했다. 서울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고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이 적절한지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제 토지거래허가제 논의는 유예의 연장에서 벗어나야 한다. 유예 대상이 확대됐는데도 토허 신청이 4개월 연속 감소하고, 8월 유예 신청 비중도 4.5%에 그쳤다면 정책 효과를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제가 가격 안정 효과는 제한적인데 정상적인 주택 거래를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크다면 유예가 아니라 주택에 대한 적용 자체를 해서는 안된다.

주택시장에 필요한 것은 예외를 계속 추가하는 복잡한 규제가 아니다. 실수요자가 집을 사고팔 수 있고, 임대인은 정상적으로 임대차를 운영할 수 있는 거래 환경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수단이 아닌 거래를 제한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유예는 문제를 해결하는 답이 아니라 문제를 뒤로 미루는 방식일 뿐이다. 이제는 “얼마나 더 유예할 것인가”가 아니라 “주택에 토지거래허가제를 적용할 필요성이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답은 또 다른 유예가 아니다. 주택은 토지거래허가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다시 설계해야 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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