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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수난시대[생생확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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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호 기자I 2025.11.06 05:35:00

외국인이 반한 진짜 매력 고궁·종묘
종묘 가치 훼손할 고층빌딩 개발 우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K컬처가 세계적인 인기를 실감하려면 월요일 오전 경복궁을 찾아가보면 된다. 평일 오전인 만큼 조용하고 한가로울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침 일찍부터 경복궁 근정전, 경회루, 향원정 등 주요 명소 앞은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고궁의 정취에 매료된 듯 환한 미소가 가득한 이들의 얼굴에선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가 국경을 넘어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경복궁을 찾은 시민들과 외국인들. (사진=방인권 기자)
K컬처에 대한 관심으로 서울을 찾는 외국인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지금, 한국의 진짜 매력을 전하는 건 고궁과 종묘다. 이 문화유산이 서울에 없었다면 많은 외국인 관광객은 고층 빌딩만 즐비한 서울의 풍경에 금방 싫증을 느꼈을지 모른다. 실제로 많은 외국인들이 K컬처에 대한 관심으로 서울을 찾았다가 도심 한가운데에 자리한 고궁을 보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절묘한 조화로움에 푹 빠져 한국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한다. 최근 취재 과정에서 만난 외국인 유학생은 “K팝과 드라마로 한국을 처음 접했지만, 이젠 한국의 전통 문화에 더 큰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을까. 안타깝게도 잊을만하면 문화유산 훼손 사건이 발생한다. 올해도 지난 8월 광화문 석축(담벼락)에 ‘트럼프 대통령’으로 시작하는 낙서를 하는 사건이 발생해 이를 지우는데 1000만 원의 비용이 들었다. 9월엔 취객이 종묘 담장의 기와를 훼손해 국가유산청이 긴급 보수에 나서기도 했다.

소위 말하는 ‘높으신 분’들도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지키는 일에 소홀하다. 지난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슈로 떠올랐던 김건희의 고궁·종묘 사적 방문 논란이 그렇다. 이번 국감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김건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임기 3년간 고궁과 종묘를 총 9차례 방문했고, 이 중 6번이 개인 일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먼저 알려진 종묘 비공개 차담회 외에도 경복궁 경회루를 슬리퍼 차림으로 방문하고 왕이 앉는 의자인 근정전 용상에 앉은 사실, 명성황후가 시해된 장소로 평소 일반에 개방하지 않는 경복궁 건청궁을 윤 전 대통령과 함께 일방적으로 방문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종묘 영녕전. (사진=국가유산청)
문화유산 수난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사례가 추가될 예정이다. 종묘 인근 세운 4구역 재개발 사업과 관련해 서울시와 국가유산청이 대립하고 있어서다. 종묘는 1995년 석굴암, 불국사, 합천 해인사 장경판정 등과 함께 한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유산이다. 유네스코는 종묘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세계유산구역 내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지역에서의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할 것’을 명시했다. 그런데 서울시가 지난달 30일 세운 4구역의 최고 높이를 145m까지 대폭 상향 조정하는 변경 고시를 하자 국가유산청은 종묘의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가까이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른다. 외국인도 인정하는 한국 문화유산의 매력을 정작 우리는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 K컬처의 뿌리는 전통문화, 그리고 이를 간직한 문화유산에 있다. 이제라도 문화유산이 수난을 겪지 않도록 문화유산의 가치를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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