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추석 전부터 상승세를 나타내온 먹거리 물가가 이례적인 ‘가을장마’를 만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나마 안정세를 나타냈던 과일과 채소 가격마저 꿈틀대면서다. 추석 이후 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마저 줄어 서민들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가을 장마의 영향으로 농산물 물가가 오름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추석 성수기가 지났음에도 사과 가격이 강세인데다 안 그래도 치솟은 쌀값도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배추와 무는 ‘무름병’ 피해에 가격 상승 우려가 커졌다.
사과값 급등…배추·무 가격 내려도 품질 떨어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사과(홍로) 10개 소매가격은 2만6865원으로 1년 전(2만3074원)보다 16.4% 올랐다.사과 수요가 집중되는 추석 명절이 끝났음에도 가격이 높은 이유는 가을장마로 후지 품종의 출하가 늦어졌기 때문이다. 통상 추석에는 홍로 품종이 주로 소비되고, 2~3주 뒤부터 후지가 본격적으로 출하된다. 하지만 올해는 평년보다 늦은 추석에 흐린 날씨까지 겹치며 후지의 상품성이 떨어져 아직 시장에 풀리지 못하고 있다.
벼 수확도 가을장마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일부 조생종 품종은 이삭에서 싹이 트는 수발아 현상이 나타나고 쓰러진 논의 벼 이삭에서 싹이 나는 등 품질 저하나 수확량 감소도 우려된다.
수확량이 줄면 이미 높은 쌀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17일 기준 쌀 20kg의 소매가격은 6만 6075원으로 1년 전(5만 3235원)보다 24.1% 비싸다. 전월(6만 2476원)보다 5.7% 높은 가격이다. 정부는 올해 쌀이 16만 5000t 과잉 생산될 것으로 보고, 이 중 10만t을 시장격리하기로 이미 발표한 바 있다. 생산량 감소 가능성을 고려한 조치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재고가 부족하다’는 인식이 퍼지며 오히려 쌀값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 무 수급도 불안하다. 가을장마로 배추 줄기 밑부분이 물러지며 썩는 무름병 피해가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면서다. 피해 면적이 아직 집계되진 않았지만 전남 해남, 충북 괴산 등 주요 산지에서 피해 사례가 나오고 있다.
배추·무 가격이 전년보다 낮지만, 마냥 긍정적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배추 1포기 가격은 5783원으로 지난해(8877원)보다 34.8% 낮다. 올해 가을배추 재배 면적이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지난해 가격이 유독 높았던 기저효과와 장마로 인한 품질 저하가 겹친 결과이기 때문이다. 특히 무름병 피해 확산으로 품질이 낮은 배추가 시장에 풀리게 되면 김장철 수급 불안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장 양념 재료인 마늘·양파 등도 가을 장마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지금은 내년도 작황을 좌우하는 정식(모종 심기) 시기지만, 잦은 비로 일정이 늦춰지고 있어 작황이 예년보다 나쁠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파와 마늘 가격은 각각 1년 전보다 10.2%, 3.9% 높다.
수입산까지 오른 축산물…할인지원은 줄어
축산물 가격은 국산과 수입을 가리지 않고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중이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한우 등심(1등급) 100g 가격은 1만196원으로 전년(9783원)보다 4.2% 올랐다. 미국산 수입 갈비(100g)는 4498원으로 4.8%, 돼지고기 삼겹살은 2871원으로 6.8% 상승했다. 수입 삼겹살 가격도 100g당 1461원으로 4.3% 올랐다.
이 같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으로 수요가 늘어난 데다, 도축 마릿수 감소로 공급이 줄었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 평균 돼지 도매가격이 전년 대비 7.3%, 4분기 한우 도매가격이 2.1% 각각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의 농축산물 할인지원도 줄어들며 체감 물가는 더 높으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추석 명절 기간 9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농산물을 최대 40% 할인 판매했지만, 지난 5일 종료됐다. 현재 사과·배 등 일부 품목에 대한 할인이 이어지고 있으나, 할인 폭은 크지 않다.
농식품부는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수급 관리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생산과 출하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먹거리 물가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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