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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품새가 아무리 정확한 동작을 추구한다고 해도 승급 및 승단심사 과정에서 ‘수치화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승단심사 기준은 손동작과 발동작이 얼마나 잘 어우러지는지, 동작이 얼마나 정확한지 등 모호한 단어들로 표현돼 있다.
스타트업 ‘에이아이태권도’는 특정 동작의 팔 각도는 120도, 몸통을 막는 동작을 할 때 손의 가속도는 초당 ~㎝ 등 정확한 수치 기준을 만들었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을 결합했다. 이 기술은 품새를 하는 사람의 영상을 보고 이 사람이 정량적 기준에 맞는 동작을 구현하는지 판단한다. 바로 태권도 특화 AI 기술 ‘TMES’다.
디테일 파악이 핵심…사소한 발 움직임까지 확인
TMES는 기본적으로 동작의 모양, 이동, 협응의 3단계로 나누어 수련단계를 평가한다. 먼저 앞서 언급한 각도와 가속도를 주로 본다. 옆차기를 할 때 지지하는 발의 각도가 조금만 잘못돼도 중심이 무너질 수 있다. 왜 중심이 무너지는지 잘 모르겠다는 수련생에게 “지금 왼발이 몇 도 더 왼쪽으로 돌아가야 했다”고 알려준다.
군더더기 동작도 귀신같이 포착한다. 흔히 앞무릎을 굽히고 뒷다리는 쭉 편 ‘앞굽이’ 자세에서 뒷다리의 뒤꿈치를 나도 모르게 떼는 경우가 많다. 감점 대상이다. 품새를 할 때는 자세를 바꾸는 과정에서 머리의 높이를 유지해 들쑥날쑥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왼 다리를 뒤로 한 뒷굽이 자세에서 오른 다리를 뒤로 한 뒷굽이 자세로 바꿀 때 일어났다가 다시 앉는 게 아니라 앉은 높이 그대로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 자세도 얼마나 잘 구현하는지 TMES가 다 파악한다.
수준별 솔루션 제공…“흰 띠와 검은 띠의 솔루션은 달라야”
TMES는 수준별로 다른 설루션을 제공한다. 태권도에는 태극 1장부터 태극 8장까지의 유급자 품새 8개, 고려부터 일여까지 9개의 유단자 품새가 있다. 같은 태극 1장이라도 태권도를 갓 시작한 ‘흰띠’와 태권도를 한 지 10년이 넘은 ‘4단’의 기준이 같으면 안 된다는 게 TMES의 기본 철칙이다. 덕분에 같은 태극 품새를 해 같은 점수를 얻더라도 승급심사 진단 결과는 다를 수 있다. 흰 띠는 지금 실력으로 다음 띠로 진급하더라도 파란 띠는 다음 띠로 진급할 수 없는 식이다.
왼팔, 오른팔, 왼다리, 오른다리 나눠서 세부 솔루션도 한다. 태권도의 가장 큰 장점은 몸의 여러 부분을 균형 있게 쓴다는 것. 하지만 오른발잡이는 왼발 발차기보다 오른발 발차기 정확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 TMES는 왼발 발차기가 약한 이유를 파악한다. 다리의 근육이 부족한지, 발 각도가 정확하지 않은지 등을 파악해 왼발 발차기를 어떻게 더 연습해야 하는지 제안을 주기도 한다.
현재 에이아이태권도는 자체 개발한 움직임 분석 기술 TMES는 물론 안면 인식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태권도장 관리 솔루션으로 결합해 전국 17개 시도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허공에 발차기를 하면 해당 발차기의 세기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는 ‘허공 파워’ 기술 특허도 보유하고 있다. 현재 기술 설계 특허를 받은 상태이고 이를 현실화 해 자사 솔루션에 적용하겠다는 게 최중구 에이아이태권도 대표의 계획이다. 이외에도 겨루기, 시범 영역으로 개발 범위 및 서비스 제공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특히 겨루기 연습에 있어서 전용 안경을 쓰고 가상의 상대와 겨루기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AI는 국가대표 겨루기 선수라고 해서 로열티를 부여하지 않는다. 가차없이 정량적 기준에 따라 평가한다. 낙제점이 나올 수도 있다. TMES는 어쩌면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승단 가능 여부를 파악하는 무서운 심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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