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조합 '등기 미루기' 10년 넘기면 소유권 날린다[판례방]

성주원 기자I 2025.01.04 12:30:00

■의미있는 최신 판례 공부방(7)
판결문 받고도 10년간 등기 안하면 소유권 상실
대금 공탁해도 시효 완성되면 등기는 무효
재건축조합·소유자 모두 신속한 권리행사 필수

[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재건축 정비사업은 통상 수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소요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이 과정에서 토지나 건물을 협의 매수해야 하는 조합과 기존 소유자 간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면서, 사업 진행 속도가 더딘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예정된 소유권 이전이 적시에 이뤄지지 못하고, 권리를 둘러싼 분쟁이 뒤늦게 폭발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최근 대법원이 선고한 판결은 소유권이전등기의 시효 완성을 둘러싼 소송에서 중요한 법적 지침을 내려, 재건축 분야에서 중요한 기준을 제공하고 있다.

사진= 챗GPT 달리
이번 사건은 재건축 조합이 원고(소유자) 측의 부동산을 매수했음에도 실제로 등기가 이뤄지기까지 무려 10년 이상 걸렸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재건축 조합은 2010년 법원 판결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얻었으나, 장기간 등기 절차를 이행하지 않았다가 2021년에 들어서야 부동산 명의를 이전했다. 이를 두고 원고는 ‘판결 확정 후 10년이 넘은 시점에 이뤄진 등기는, 이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소멸시효로 소멸된 뒤여서 무효’라고 맞섰다.

그러나 항소심은 ‘원고와 피고 사이의 매매계약 자체는 유효하게 성립했고, 그에 기초한 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한다’는 전제 하에 원고의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를 기각했다. 재건축 사업이 장기화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매매대금이 공탁된 상황에서 뒤늦게나마 이뤄진 등기를 굳이 원인무효로 볼 필요가 없다는 견해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와 달리 원고의 주장을 적극 검토해,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뒤집고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확정판결로 생긴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도 민법에 따른 10년의 소멸시효 대상이며, 그 시효가 완성된 이상 이를 되살릴 수 없다’는 취지를 분명히 밝혔다. 실제로 조합이 공탁을 통해 반대 의무를 이행했다 하더라도, 시효가 이미 완성됐다면 늦게 이뤄진 등기는 원인무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즉 재건축 사업 기간이 아무리 길어진다 해도,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의 시효 완성은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만약 조합이 소멸시효를 넘겨 권리를 행사한다면, 권리를 잃게 된다. 반면, 소유자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 방치됐던 사안을 되짚어봄으로써, 재산권 침해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판결은 재건축 정비사업에서 흔히 야기되는 ‘등기 미루기’ 관행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대규모 공사에 착수하기 전, 분담금이나 권리 분배 구도가 확정되지 않아 등기를 장기간 미루는 경우가 많지만, 그 사이에 시효가 완성돼 버리면 뒤늦게 등기를 진행하더라도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없다. 따라서 조합 측은 확정판결을 받은 직후 바로 조속히 등기신청을 함으로써 위험을 방지해야 하며, 소유자 측도 사업 전개 과정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권리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재건축 사업은 대규모 자금과 오랜 시간이 투입되는 복잡한 절차인 만큼, 관련 당사자들이 서로의 법적 지위와 권리 시효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번 판결은 ‘확정판결 후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방치하면, 그 대가는 소멸시효 완성으로 이어진다’는 민법 원리를 재차 확인한 동시에, 재건축 사업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구체적 기준을 제시했다. 만일 양측이 시효와 권리 행사 시점을 놓고 분쟁을 이어간다면, 하급심 법원 역시 이 판결을 토대로 시효 완성 주장을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 정비사업이라는 장기 프로젝트가 앞으로도 꾸준히 진행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현장에 실질적인 시사점을 던진다. 조합과 소유자는 기나긴 사업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시효 문제를 간과하지 말고, 공탁과 등기, 소유권 이전, 분담금 계산 등 일련의 절차를 얼마나 신속하고 적법하게 이행하느냐가 곧 분쟁의 갈림길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재산권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재건축 사업의 속도와 신뢰도를 높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가져볼 수 있겠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행정법원·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서울지방변호사회 청년변호사특별위원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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