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린 ‘제11회 국제 비즈니스·금융 콘퍼런스(IBFC)’ 둘째날에서 금융 전문가들은 디지털 사용자의 삶에 맞춰 변화해야 디지털 금융시대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들의 삶이 산업을 변화시키는 시대 올 것”
윤호영 카카오뱅크(323410) 대표는 “지금까지 산업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켰다면 앞으로는 삶의 변화가 산업을 변화시킬 것”이라며 “이제는 (금융이) 변화한 삶 속에 스며들지 않으면 도태될 것”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혁신이라는 것은 ‘많은 사용자들이 기존 레거시(전통) 행태를 버리고 새로운 것을 선택하고 새로운 게 일반화되는 것”이라며 “혁신의 판단 주체는 정부도 사업자도 아닌 바로 사용자”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금융은 아직도 변화시켜야 할 레거시(전통)가 매우 많은 분야”라며 “더 많은 사용자가 더 많이 쓸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의 투자가 금융회사의 경쟁력과 차별성이다. 기술기반의 사용자들의 수요를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자 전략”이라고 말했다.
오정근 건국대 IT금융학과 교수도 미래의 디지털 금융시대를 소비자가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모바일 연결을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될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때리기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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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술인력 확대·맞춤형 규제 필요
금융 전문가들은 오는 5월 10일 공식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제언도 잊지 않았다.
윤 대표는 “앞으로 규제를 담당하는 정부도 기술적 관점을 가진 인물이 절반 이상이 됐으면 좋겠다”며 “그래야 산업진흥과 규제를 유기적으로 조화롭게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교수는 “금융당국이 빅테크를 압박하면 플랫폼이 세계적 회사로 크지 못한다”며 “제도권 금융회사들도 여의도(국회)에 (빅테크 압박을) 로비하는 대신 테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정부는 은행들에 가상자산 관련 모든 책임을 물었다”며 “새 정부는 은행이 겁이 나서 가상자산거래소에 실명계좌 개설을 안 하는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명 거래가 불가능한 19개 코인마켓거래업자 중에서 ‘원화거래소’가 추가로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카뱅도 관심 갖는 가상자산 판 커질까
윤 대표는 “현행법상 은행업 인가 내용에는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면서도 “가상자산이 플랫폼으로 어느 정도 성장해 삶 속에 들어온다면 반드시 빠른 속도로 은행과 연결시켜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향후 진출 가능성에 대해 여지를 남겼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측도 디지털자산 기본법 제정, 가상자산공개(ICO) 허용 등 가상자산산업 친화적인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상자산산업 육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박수용 한국블록체인학회장(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이날 토론에서 “새 정부에서는 가상자산위원회를 만들어 한국이 선도적으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야 한다”며 “가상자산 전담기구를 통해 디지털 세상의 주도권을 쥐고 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새 정부에서는 각 부처가 어떻게 디지털 세상을 선점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미래를 끌어가는 비전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