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3개월물) 가격은 5.2% 떨어진 톤(t)당 5548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2009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하루 낙폭으로는 3년 만에 가장 큰 폭이다. 구리 값이 급락한 것은 세계경기둔화 우려다. 특히 이날 세계은행(WB)이 글로벌 성장률을 하향한 게 촉매가 됐다. 그렇지만 경기둔화 우려가 새삼스러운 악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 요인 하나만으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많다. 그런 점에서 세계 금속시장에서 큰 손으로 부상한 중국계 헤지펀드가 구리 값 하락을 주도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신문은 이들이 지난 14일 어느 정도 매도주문을 냈는지는 아직 베일에 쌓여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타이밍 하나는 기막혔다고 평가했다.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다른 금속 값도 떨어질 수 있다는 초조함이 시장을 압도하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선물시장의 한 트레이더는 “미국 트레이더가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한다면, 중국 헤지펀드는 규모와 속도, 광기가 미국 투자자의 세배쯤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사실 상하이카오스는 원자재시장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의 하나다. 다른 펀드와 연합작전을 펴면 영향력이 배가될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 헤지펀드는 초단타매매(high-frequency)를 통해 시장에 단기적인 영향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3월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졌다. 당시 구리 값이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중국 영향이 컸다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세계최대 구리 소비처다. 중국 시장의 움직임에 세계 금속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노리고 장난을 칠 수 있다는 뜻이다.
에드워드 마이어 INTL FCStone 선물 브로커는 “중국계 펀드는 엄청난 화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큰 손으로 군림하는 건 일도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