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새 재계 순위, IMF 이후 최대 격변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10년 동안 강산 뿐 아니라 재계 판도도 급변했다.

위기를 맞은 STX, 웅진, 동양 등 3개의 그룹이 해체 위기를 맞으며 대기업 집단 지정에서 탈락하거나 탈락 위기를 맞고 있는 데 이어, 뼈를 깎는 자구적 구조조정에 나선 한진, 동부, 현대 등도 올해 재계 순위가 2~5단계씩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GS와 현대중공업, 한진의 자산 변화가 일어나면서 10대 그룹의 순위도 뒤바뀔 전망이다.

8일 기업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가 2004~2013년 10년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 그룹의 공정자산 순위를 조사한 결과, 2004년 10대 그룹에 포함됐던 KT가 2013년 말 기준으로 11위를 차지하고 LG는 2005년 GS, LS 등의 잇단 분가로 2위에서 4위로 2계단 떨어진 순위를 유지해오고 있다.

10대 그룹 10년 간 순위변화(공기업 제외). 출처: 공정위 자산총액 기준.

특히 STX에너지를 인수한 GS(078930)는 자산규모가 현대중공업(009540)을 뛰어넘어 올해 7위와 8위의 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삼성이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005380)는 2004년 3위에서 2005년 2위로 올라선 이후 2위 자리를 공고히 했고, SK도 4위에서 2006년 3위로 1계단 올라서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는 꾸준한 몸집 불리기로 7위에서 5위로 2계단 올라섰고, 한진과 한화는 순위가 내려앉았다.

재계 순위 9위인 한진은 올해 한진에너지가 보유한 에쓰-오일 지분 매각, 부동산 매각 등이 순조롭게 이뤄질 경우 3조9천억 원 가량 자산이 줄어들어 순위가 11위로 2계단 떨어지게 된다. 한진이 떨어진 9위 자리는 11위였던 KT가 차지할 전망이다.

◇재계 순위가 가장 급등한 그룹은 부영과 한라

지난 10년 동안 재계 순위가 가장 급등한 그룹은 부영과 한라(014790)로 무려 14계단 뛰었다.

부영은 2004년 36위에서 2013년 말 22위로 14계단 올라선 가운데 올해 한진, 동부, 현대 등 구조조정을 앞둔 그룹들이 예정대로 자산을 순조롭게 매각할 경우 다시 3계단이 상승해 17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부영보다 순위가 높았던 동부와 현대, STX가 자산 매각으로 순위가 처지기 때문이다.

한라도 자산 순위가 기업집단으로 지정된 2008년 53위에서 2013년 39위로 14계단 치솟으며, 부영과 공동 1위를 기록했다.

이밖에도 미래에셋이 2008년 44위로 첫 대기업 집단에 진입한 뒤 작년 33위로, 교보생명보험도 2007년 53위에서 43위로 각각 11계단, 10계단 올랐다.

이어 에쓰-오일(30위→23위), 한국지엠(34위→28위), 대우조선해양(24위→19위)도 각각 7계단, 6계단, 5계단 상승했다.

CJ, LS, OCI, 한진중공업, 대성, 태영 등 6개 그룹도 각 3계단을 올라섰다.

◇한솔이 가장 많이 추락…한진, 동부, 현대 등 더 떨어질 듯

반면 한솔은 2004년 28위에서 작년 50위로 무려 22계단이나 추락했다. 2009~2012년 4년간은 자산규모 5조 원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아예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조차 안됐다가 작년에 겨우 이름을 올렸다.

순위가 하락한 2위는 대우건설로, 2004년 14위에서 작년 27위로 13계단 떨어졌다. 이어 이랜드 11계단(38위→49위), 세아 10계단(31위→41위), KT&G 9계단(28위→37위) 등의 순이었다. 현대와 동국제강, 코오롱, KCC 등 4개 그룹은 모두 8계단씩 처졌고, 현대산업개발은 7계단, KT는 6계단 떨어졌다.

구조조정을 앞둔 한진, 동부, 현대 등은 올해 계열사 매각으로 자산이 크게 감소해 순위가 추가로 떨어질 전망이다.

재계 순위 17위인 동부도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등을 매각해 자구노력에 성공한다면 자산이 약 3조4천억 원 줄게 돼 20위로 3계단 추가로 내려앉게 된다.

현대그룹도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등 4조 원 이상 자산 매각이 이뤄질 경우 기존 21위에서 25위로 4계단 하락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