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류수근 기자] 웹사이트의 기획과 개발, 디자인 영역에서 자주 언급되는 용어 중에 ‘사용자 경험(UX)‘이 있다. 백과사전의 뜻풀이는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 제품,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고 생각하게 되는 총체적 경험’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용자 경험‘의 원리는 컴퓨터공학 분야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에서 비롯되었지만 서비스를 포함한 산업 전반과 사회·문화적인 면에 이르기까지 널리 응용되고 있다. 핵심가치는 ‘인간 중심의 디자인’이다.
보편적인 사용자 경험을 찾기 위해 인지과학과 심리학 등의 영역이 응용되고 있다. 사용자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가‘를 알기 위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디자인에 심리학을 접목해온 수잔 웨인쉔크 박사는 ‘심리를 꿰뚫는 UX 디자인‘에서 뇌를 ‘구뇌’(old brain), ‘중뇌‘(mid brain), ‘신뇌’(new brain)의 3개 부위로 구분한다. 구뇌는 신체기능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부분으로 생존과 직결된다. 중뇌는 다양한 감정을 처리한다. 신뇌는 말하기, 읽기, 사고와 같은 일을 행한다. 구뇌와 중뇌의 활동은 대부분 무의식에서 이뤄진다.
눈여겨볼 부분은 신뇌보다 중뇌와 구뇌가 우리의 행동과 의사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합리적으로 의식적인 결정을 한다고 믿지만 사실은 대부분의 의사결정과 행동이 의식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뤄진다는 것이다.
선거에서도 무의식적인 두뇌활동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있다. 1976년 에프란과 패터슨이 캐나다 선거를 분석한 결과는 얼마나 인간이 무의식의 영향에 지배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투표자의 73%가 후보의 외모에 상관없이 투표했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외모가 뛰어난 후보가 그렇지 못한 후보보다 2.5배나 많은 표를 얻었다.
대통령 선거가 정확히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지난 여러 차례의 대선에서 논리적인 선택보다는 대선 막판의 돌출변수들이 대통령 만들기에 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 ’불편한‘ 사용자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에도 여야할 것 없이 협박과 근거없는 폭로, 흑색선전의 정치 드라마가 연출되고 있다.
후보의 노선이나 정책을 철저히 검증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야당의 단일 후보는 아직도 안갯속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판단을 ‘무의식’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후보자의 외모와 편견, 사탕발림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노선과 정책을 따져봐야 한다. 짧은 기간이지만 오감과 논리적인 사고를 총동원해 후보자의 면면을 샅샅이 살펴야 한다. ‘올바른’ 사용자 경험의 실천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