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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함정` 조짐 `마이너스 금리` 새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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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미영 기자I 2009.08.28 10:51:57

스웨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 도입
英도 유동성 함정 조짐..글로벌 확산 여부 주목

[이데일리 양미영기자] 글로벌 금융시장에 해빙 무드가 지속되고 있지만 넘쳐나는 유동성이 대출 등 실물경제로 흘러들지 못하면서 `유동성 함정` 우려가 수면 아래서 서서히 자맥질하고 있다.

유동성함정은 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투자나 소비 등의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미 세계 중앙은행들은 제로금리를 넘어서 채권매입이라는 양적완화 조치를 취했지만 아직 뚜렷한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돈은 넘쳐나지만 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는 상황이 지속되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스웨덴중앙은행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데 이어 영국 역시 양적완화 후에도 은행들이 좀처럼 대출을 하지 않으면서 비슷한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지만 일단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면 은행들은 앉아서 돈을 까먹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대출 등 다른 활용도를 모색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중앙은행으로서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 자체가 양적완화 만큼이나 모험인 만큼 확산 여부는 불명확하지만 차츰 가능한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 스웨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 도입중..이목 집중

스웨덴중앙은행은 기준금리인 레포(repo) 금리를 0.25%로 스웨덴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 다른 중앙은행들과 마찬가지로 제로(0)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 스웨덴중앙은행 지급준비금 금리 추이
그러나 통상 중앙은행이 은행들의 지급준비금(deposit) 금리를 레포금리보다 0.5%포인트 낮게 유지하면서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가 적용되고 있는 상태다.

물론 스웨덴 은행들이 중앙은행의 지급준비금 기구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어 마이너스 금리 영향은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스웨덴 은행은 그동안 은행들이 자금을 대출하지 않고 쌓아두고 있는 것에 대해 일종의 패널티를 부과한 것으로 해석됐고, 마이너스 금리 자체에 대한 터부(taboo)를 깨면서 유의미한 결정으로 받아들여졌다.

과거 상당히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은 일본중앙은행(BOJ) 조차도 회사채 매입이라는 양적완화를 먼저 선행했을 뿐 마이너스 금리 도입만큼은 하지 않았다.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세계 중앙은행이 전례없는 통화완화 이후 출구전략을 고려하는 시점에서 스웨덴의 실험을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 英 고민도 점증..마이너스 금리 가능성 시사

이 가운데 영국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역시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대해 언급하기 시작하며 스웨덴을 따라갈지 여부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머빈 킹 영란은행 총재는 유동성 함정으로 인해 스웨덴의 예를 따를 수 있다며 시장에 힌트를 줬다.

▲ 영국 2년물 국채금리 추이
실제로 영국은 7월말 현재 1520억파운드의 채권을 사들이는 등 가장 공격적인 양적완화를 실시했지만 은행들이 좀처럼 대출을 하지 않고 현금을 묶어두면서 실물 경제로 흘러들지 못하는 상황이 심화되고 있다.

3월초 이후 7월말 현재까지 은행들의 예금은 310억파운드나 급증했고, 넘쳐나는 유동성으로 단기물 국채 금리는 사상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일본이 이미 겪었던 상황과 상당히 유사하다. 일본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양적완화를 실시했지만 은행들이 대출을 거부하면서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났다.

영국은 양적완화 효과를 보기 위해 6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고 그 시한은 불과 일주일밖에 남지 않은 상태다. 최근 찰스 빈 영란은행 부총재는 은행들이 돈을 쌓아두고 있는 것을 들어 양적완화 효과를 판단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일단 머빈 킹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을 경고한 후 일부 은행들은 현금을 단기채로 바꾸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뚜렷한 대출 증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영란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 ECB·미국, 가능성 희박하지만

결국 글로벌 통화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지사.
 
유럽중앙은행(ECB)의 경우 워낙 금리에 여유가 있는터라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영란은행과 마찬가지로 기존의 통화완화 정책을 평가받아야 하는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ECB 역시 무제한으로 은행 대출을 공급하는 등 최근까지 공격적인 조치를 실시했다. 
 
▲ 라스 스벤슨 스웨덴중앙은행 부총재
미국 역시 논쟁의 여지는 거의 적지만 어떤 정책을 취할지에 대해 전혀 힌트를 주고 있지 않는 상태. 특히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방크의 라스 스벤슨 부총재의 경우 세계적인 통화정책 전문가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과 프린스턴대학 시절부터 교감이 두터웠다는 측면도 주목받고 있다.

돈 스미스 아이캡 이코노미스트는 "스웨덴의 정책은 매우 흥미롭고,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분명 매우 평범치 않은 전략이지만 현 상황 자체가 평범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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