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14일 `2009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중장기적으로는 재정건정성이 저하되지 않도록 안정적인 재정기반 구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일자리 나누기`의 경우 각 사업장이 특성에 맞게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정부는 필요한 지원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단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이 지원제도를 악용해 고용을 유지, 기업구조조정을 지연시킬 가능성은 경계했다.
◇ 확장적 재정정책 당분간 유지 바람직..
KDI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역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현재의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는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확장적인 국제 금융위기의 부정적인 영향을 완충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대응"이라며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양 및 민생안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작년에는 유가환급금 등 감세조치 및 추경편성으로 전반적인 재정정책기조가 확장적이었다"며 "경기여건 악화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지출 기조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상당히 확정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재정지출을 늘리는 정책기조는 올해까지만 유지될 전망이다. 김현욱 KDI 연구위원은 "내년 상반기 경기가 조금씩 본격적인 회복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2010년쯤에는 재정지출이 2009년보다 훨씬 더 긴축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정부도 내년 예산안 편성 지침과 관련,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세출구조조정을 통해 재정건전성의 추가적인 악화를 최소화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 재정건전성 악화일로.."추가감세 지양해야"
문제는 재정건전성이다. 수입은 줄어들고 지출은 늘어나면서 한나라의 재정 상황을 보여주는 관리대상수지는 최근 20년래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보고서는 "2008년 관리대상수지 적자규모는 15조6000억원으로 과거에 비해 상당히 큰 수준이며, 재정충격지수(FI)는 2%를 상회한다"고 밝혔다. 재정충격지수가 플러스(+)로 나타나면 직전 연도보다 재정지출이 더 확장적인 뜻이라는 의미다.
더욱이 올해는 감세 및 마이너스 성장에 따른 세입감소와 예산 수정 및 추경 편성에 따른 재정지출 급증으로 인해 재정건정성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관리대상수지 적자규모는 지난해 수준의 3배를 초과하는 51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올해 추경예산을 기준으로 예상 산출한 GDP의 5% 수준이다. (아래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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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일단은 확장적 재정정책의 경기부양 및 민생안정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해 안정적인 재정기반을 구축하라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사회간접자본(SOC)분야 등 진행사업을 조기에 완료하고 확정사업은 빠른 시일 내에 착수해야 한다"며 "예산의 조기집행을 도모해 적시에 재정지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소견을 밝혔다.
특히 소비성향이 높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도 강조했다. 소비성향이 높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민생안정 효과와 소비진작을 통한 경기부양까지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취약계층 지원사업의 경우 ▲ 전달체계의 효율화 ▲ 추진체계의 통합 및 연계 ▲ 중복투자를 방지를 통해 효율성을 높이라고 덧붙였다.
중장기적으로 재정건전성이 저하되지 않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정기반을 구축할 것을 주문했다.
보고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재정지원 사업들은 경기회복 추세에 맞춰 과감히 축소해야 한다"며 "특히 지방에 추가로 지원되는 재정은 단기간에 완료되는 사업 위주로 투입해 재정확대의 고착화를 최대한 억제하라"고 충고했다.
아울러 예산편성 단계부터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함으로써 불필요한 사업은 배제하고 효율적인 세출조정을 위해 재정사업에 대한 평가체계를 지속적으로 정비하라고 조언했다.
특히 세입기반 확충은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중요한 과제다. 비과세·감면 및 소득·세액공제를 축소해 과세표준을 확대하고 소득파악률을 높여 세입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보고서는 "지금까지 추진된 다양한 감세초지로 인해 세수감소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므로, 추가 감세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일자리 나누기, 기업구조정 지연시키면 곤란"
한편 고용창출을 위한 `일자리 나누기`는 고용유지를 목표로 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보고서는 "일자리나누기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려면 상급노사단체의 견실한 합의와 노동시장 유연성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노사민정은 대표성과 구속력이 부족하고 정규직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높지 않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일자리 나누기`는 각 사업장의 특성에 맞도록 자율적으로 진행되도록 하고, 정부는 고용유지지원금 등 이에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고용유지 지원제도가 구조조정이 필요한 기업의 고용을 연장하는데 악용되면서 기업구조조정을 지연시킬 가능성에 대해서 상시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고용의 경기후행성을 고려하면 고용여건이 연내에 빠르게 호전되기는 어렵다. 실업자에 대한 구직급여의 한시적인 확대는 불가피하다"며 정부의 대책을 주문하고 나섰다. 단 현금지급보다는 취업알선·교육훈련 등 재취업 활성화를 기본적인 정책방향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고서는 향후 경기회복이 충분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위한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기간제 근로자 기간 연장, 파견 근로범위 확대 등 비정규직 문제 뿐 아니라 대기업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정규직 고용의 경직성 완화까지 포함한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