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영양교사로 일하는 박미경(가명)씨는 요새 고민이 많아졌다. 끝이 보이지 않게 치솟는 물가 때문에 식단을 구성하기가 힘들어서다. 부족한 예산으로 최소 영양기준을 맞추면서 동시에 아이들이 선호하는 메뉴를 골라야 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
이로 인해 급식 식자재 가격도 급등했다. 지난 11일 기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공시된 상추(상등급 기준) 4㎏ 평균 가격은 8만5299원으로 지난해(1만4650원) 대비 5.8배 올랐다. 감자·배추·애호박 가격 역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1%, 59%, 220%나 올랐다.
◇고물가 속 고군분투하는 영영사들
고물가에 학교현장의 영양교사들은 질 높은 급식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들은 조리법을 바꾸고 저렴한 재료를 고르는 등 급식 단가를 낮추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2학기 땐 더이상 급식 질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경기 수원의 한 중학교에서 영양교사로 일하는 정명옥 전교조 영양교육위원장은 “식용유 값이 올라서 주 2회 제공하던 튀김을 구이로 바꾸고 육류를 생선으로 바꾸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물가가 너무 많이 올라 식단을 짜는게 힘들다”고 말했다. 소고기를 생선으로 대체하는 등 단가를 낮추고 있지만 계속해서 물가가 상승한다면 이마저도 힘들 것이라는 게 정 위원장의 설명이다.
학생 수가 적고 1인 당 식사량이 많은 학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식자재를 대량으로 구입하지 못하니 단가를 낮추기가 어려워서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영양 교사로 일하고 있는 박미경(가명)씨는 “급식을 먹는 학생·교직원이 1000명도 안되는 학교라 식단 짜기가 원래 힘든 곳인데 물가마저 오르니 더 힘들다”며 “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식재료를 사용해 배식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반응이 그리 좋지 않은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질 낮은 급식을 제공받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서울에서 중2 아들을 키우는 전모(48)씨는 “아이가 요새 부쩍 집에 오면 배가 고프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물가가 많이 올라 급식이 부실해진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경기지역 초5 학부모 김모(37)씨도 “학부모들 사이에서 고 물가로 급식이 부실해졌다는 걱정들이 많다”며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현재 17개 시·도교육청은 유·초·중·고 학교에서 모두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급식비가 올라도 학부모들에게 추가 비용이 전가되는 구조는 아니다. 다만 교육청의 예산부담은 커졌다. 실제로 지난 6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서울·충북·경남 등 일부 교육청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급식비를 증액하겠다고 나섰다. 경기도 등 일부 시·도교육청 역시 지방자치단체와 급식비 증액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등 교원단체는 일부 교육청만 급식비 증액에 나서면 지역별 편차가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교육부가 모든 시·도교육청에 급식비 증액을 독려해달라는 요구가 나온다. 전교조 관계자는 “일부 시·도교육청에서는 급식비 증액에 대한 논의조차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고물가에 따른 부실 급식 우려는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닌 전체 시·도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교 급식 사업을 지자체별로 하고 있다고 교육부가 책임을 미룰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 전체 시·도의 추경편성과 급식비 증액을 독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