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호황’ 맞았는데…실적은 갈린 조선업 vs 해운업

박민 기자I 2022.05.22 15:01:45

국내 빅3 조선사, 역대급 수주 랠리에도 ‘적자행진’
“원자잿값 상승에 공사손실충담금 커져 영업손실”
해상운임 상승에 컨테이너·벌크선사 ‘실적 호조’
HMM, 창사 이래 처음 분기 영업이익 ‘3조’ 돌파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사진=한국조선해양)
[이데일리 박민 기자] 바다를 주 무대로 삼고 있는 조선업과 해운업이 호황 속 엇갈린 실적을 보이고 있다. 국내 조선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주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작 1분기 실적은 무색할 정도로 일제히 적자를 기록 중이다. 반면 해운사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록다운(전면 봉쇄) 등 글로벌 교역 악재속에서도 해상 운임 상승에 따른 시황 개선에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조선 3사, 1분기에 일제히 적자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도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올 1분기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부문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009540)(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합산)은 3964억원, 대우조선해양(042660)은 4701억원, 삼성중공업(010140)은 94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조선 3사 대부분 지난해보다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더 커진 상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발생한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떨어진 탓이다. 무엇보다 선박 건조 원가의 20%에 달하는 후판(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 가격을 올 상반기에 톤(t)당 10만원 가량 올리기로 철강업계와 협의하고, 관련 충당금을 쌓다 보니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원자재 값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한 강재를 포함한 자재비용과 물류비 증가로 3300억원, 외주비 단가 상승으로 700억원 등 약 4000억원 규모의 공사손실충당금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의 공사손실충당금은 1분기 영업손실의 약 85%에 달한다.

같은 기간 한국조선해양도 강재 가격 인상 등으로 123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고, 삼성중공업은 원가 인상분 800억원을 충당금에 선반영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충당금만 없었더라면 1분기 손익분기점에 근접하는 실적을 올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적자행진과 달리 조선사들의 수주랠리는 계속되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이날 기준 총 95척, 111억8000만 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액 174억4000만 달러의 64.1%를 달성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총 20척(해양플랜트 포함), 약 46억1000만 달러 상당의 일감을 확보해 목표액(89억달러)의 절반을 넘겼다. 삼성중공업은 지금껏 19척, 33억 달러어치를 수주해 목표 88억 달러의 38%를 달성한 상태다.

2만4000TEU급 ‘HMM알헤시라스호’가 컨테이너를 실고 있다.(사진=HMM)
◇해운업, 운임상승 힘입어 역대급 실적

조선업과 달리 해운업은 1분기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역대급 실적을 써내려갔다. 전통적으로 해운업계에서 1분기는 컨테이너선 수요가 몰려 있는 4분기(블랙프라이데이,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 등)와 달리 물동량이 적어 비수기로 꼽히지만 해운 운임 상승 덕에 시황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011200)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3조1486억원)을 넘겼다. 매출은 4조918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올랐고, 당기순이익은 전년보다 2조9777억원이 늘어난 3조1317억원을 쌓았다. HMM 관계자는 “아시아-미주노선 운임 뿐 아니라 유럽 및 기타 지역 등 전 노선의 운임이 상승하면서 시황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벌크(건화물) 선사인 팬오션(028670)도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두 배 넘게 오른 1조 4409억원, 영업이익은 세 배 넘게 증가한 1691억원을 기록했다. 벌크선사 대한해운(005880) 역시 1분기 영업이익이 736억원을 기록하며 지난 2013년 SM그룹 편입 이후 최대 영업이익 기록을 갈아치웠다.

조선업과 해운업 간 엇갈린 실적 희비는 적어도 3분기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다. 해운업에 있어 2·3분기는 성수기에 해당해 물동량 증가로 인한 실적 훈풍이 점쳐지고 있다. 반면 조선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선박 수주 호황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상황에서 하반기에도 ‘후판값 변수’가 있어 연내 실적 개선세를 낙관하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사 한 관계자는 “당초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후판 등 원자잿값 급등에 기대시점이 점차 늦춰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원자재 가격 조기 안정 여부에 따라 조선업계 흑자전환 시점도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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