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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녹취록’ 수차례 등장한 이재명…검찰 소환조사 받을까

이배운 기자I 2022.05.15 14:46:00

남욱, 정영학과 대화에서 “유동규·이재명·최윤길 각본”
李 국회의원 선거 출마 '불체포특권' 노림수 의혹
법조계 “특권 무관하게 수사 응하고 의혹 해명해야”

[이데일리 이배운 하상렬 기자]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로비 의혹 검찰 전담수사팀이 출범하고 관련 수사가 본격화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사건의 ‘윗선’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의 연루 정황이 드러난 ‘정영학 녹취록’이 법정에서 공개되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후보가 의혹을 해소하려면 스스로 검찰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지난 13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깡시장 고객쉼터에서 열린 민생 현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 의혹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3일까지 총 6차례 공판을 거쳐 정영학 회계사의 녹음 파일을 재생해 증거로 조사하는 절차를 진행했다. 녹음파일에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와 남욱 변호사 등이 성남시의회를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친 것으로 보이는 발언들이 등장하며, 당시 성남시장이자 대장동 사업의 최종 결재권자였던 이 후보의 이름도 여러 차례 언급됐다.

공개된 2012년 9월 7일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의 대화 녹음에서 남 변호사는 “이 모든 각을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이재명, 최윤길(전 성남시의회 의장) 세 사람이 처음부터 각본 짜서 진행한 것이라고 하더라”며 “시의회에서 짜고 반대하고 이재명 퇴로를 열어줘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대장동 개발을 민관 합동 개발 방식으로 추진하는 데 이 후보와 최윤길 전 의장 등이 모종의 협의가 있었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2013년 4월 17일자 녹음 파일에는 남 변호사가 정 회계사에게 “(유동규가) 원하는 대로 해줄 테니까 어떤 방법이든 본인하고 협의하자고 했다”며 “(유동규가) 적당히 시장님을 설득할 거다”라고 한 대화 내용이 담겼다. 이 밖에도 남 변호사의 “(대장동 사업은) 4000억원짜리 도둑질” 발언 등 대장동 일당이 초기부터 사업의 불법성과 예상 이득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성남시와 사전에 교감했음을 암시하는 발언들이 잇따라 공개됐다. 사업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 후보가 사업 실태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해명이 설득력을 잃는 대목이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 같은 녹음 파일을 확보하고도 이 후보를 단 한차례도 소환하지 않아 ‘봐주기 수사’를 벌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법조계는 주요 발언들에 대한 사실 확인 차원에서 이 후보를 불러 조사하는 게 당연하지만 검찰이 당시 정권의 눈치를 살피느라 의도적으로 수사를 회피했다고 지적한다.

다만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특수통’ 출신인 한동훈 검사장의 법무부 장관 임명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이제는 이 후보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아울러 대장동 원주민들은 이 후보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위법하게 추진해 성남시에 손해를 입혔다며 지난 11일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는 등 수사를 촉구하는 여론도 본격화되고 있다. 사건의 직접 이해관계자들인 대장동 원주민들이 형사고발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이 후보는 지난 14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대장동 의혹과 관련 “진짜 도둑은 국민의힘”이라며 자신의 연루 의혹을 극구 부인하고 있어 수사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이 후보가 국회의원에 당선돼 ‘불체포특권’이 적용되면 검찰의 출석 요구에 무제한 불응할 수 있어 수사 동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른다.

이에 법조계 일각에선 이 후보가 대선 과정에서 대장동 특검 도입 의지를 밝히는 등 자신의 무혐의에 자신감을 보였던 만큼, 다가올 검찰 수사에도 적극 협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인 이헌 변호사는 “검찰은 기존에 확보한 증거들만으로도 충분히 이 후보를 불러 조사할 수 있었지만, 문재인 정권 당시 정치적 상황 탓에 수사에 소극적이었다”며 “이제 검찰이 정치적 압력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수사를 벌일 수 있게 된 만큼 이 후보 역시 불체포특권과 무관하게 수사에 응하고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을 해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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