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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 전국적 한파가 몰아닥치며 올해는 가을을 잃은 것 같은 모습이다. 아열대 고기압이 수축하고, 바이칼호 주변의 북측 찬공기가 세력을 급격히 확장하며 찾아온 이번 한파는 이번 주말에야 풀릴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다만 라니냐에 음의 북극진동이 강화되면서 북극 찬공기가 맹위를 떨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올 겨울에도 맹추위가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한파특보 기준을 한달 앞당긴 2004년(11월→10월) 이후 처음으로 10월 한파특보가 발효된 이날 서울에는 평년보다 17일 빠르게 첫 얼음이 관측됐다.
서울 북부인 은평구는 영하 1.8도, 중구도 영하 0.4도의 일최저기온을 기록했다.
전국적으로도 이번 한파는 신기록을 낳았다. 북춘천(-2.0), 상주(1.0), 광양시(3.5), 보성군(3.9), 창원(3.8), 김해시(4.2), 양산시(4.6), 흑산도(10.0) 등은 관측사상 10월 기준 가장 추웠다.
북춘천과 안동은 서리가 발생, 최근 30년간(1991~2020년) 평균 서리 시작일인 11월 17일보다 정확히 한달 빨랐다.
제주 한라산은 10월에 첫 상고대가 관측됐다. 상고대는 영하의 온도에서도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물방울이 나무 등의 물체와 만나 생기는 것으로, 나뭇가지 등에 밤새 서린 서리가 하얗게 얼어붙어 마치 눈꽃처럼 핀 것을 말한다.
불과 이틀 전만해도 길거리에서 반팔 차림이 많았던 포근한 날씨에서 갑작스러운 한파가 닥치자 시민들은 “가을이 사라진 것 같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10월초 강릉, 대구 등은 일최고기온이 30도를 웃돌며 관측사상 가장 더웠고. 중순까지도 낮최고기온이 25도 안팎으로 이상고온 현상이 이어졌다.
한파는 오는 주말인 24일부터 풀리겠지만, 올 겨울에도 잦은 한파특보가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이번 추위 원인은 아열대고기압의 급격한 수축과 시베리아 고기압의 갑작스러운 확장”이라며 “한번 내려온 추위는 일주일 정도 지속하면서 오늘(17일)이 가장 춥고, 수요일 20일 2차 한파, 일요일 24일 평년회복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기상청의 3개월 전망을 보면 11월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낮을 확률이 50%로, 12월 역시 찬 대륙고기압의 확장으로 폭설이 잦을 것으로 봤다. 이례적으로 확연한 저온현상을 예상하는 매우 공격적인 전망이다.
반 센터장은 “적도지역의 저수온 현상(라니냐)과 음의 북극진동, 여기에 북극 해빙이 감소하면서 올 겨울은 평년보다 추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음의 북극진동은 지난 겨울 한반도 한파의 원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북극진동은 북극에 존재하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수십일, 수십년을 주기로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북극의 온난화로 북극진동 지수가 음으로 전환되면 대기 상층의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북극의 찬 공기가 내려와 동아시아에 한파 현상이 나타난다. 소위 ‘북극발 추위’라고 일컫는 것으로 이번 추위도 바이칼호 중심의 북측 찬공기의 세력확장이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