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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사히 신문은 지난달 11일 사설에서 이같이 썼다. 신문은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시행착오가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이 정도 시간이 흘렀는데도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것은 스가 총리의 정치 방식, 정권 자체의 문제가 있다”며 “정치 지도자로서 스가 총리의 자질이 엄중하게 거론되는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NHK 방송에 따르면 스가 내각 지지율은 지난해 9월 출범 당시 62%에 달했지만, 올해 8월 29%로 1년 만에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결국 스가 총리는 지난 3일 “코로나19 대책과 자민당 총재 선거 활동을 동시에 진행하기에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해 양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했다”며 오는 29일 치러지는 자민당 총재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스가의 독선·오판 자충수…결국 퇴임수순
아베 신조 전 총리에게 물려 받은 스가 총리의 임기는 이달 30일 종료된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은 집권당 총재가 국회에서 총리로 선출된다. 스가 총리가 연임하려면 이달 총재 선거에서 당선된 뒤, 가을 중의원 총선거에서 자민당을 승리로 이끌어 집권당 지위를 지켜내야 한다.
하지만 미흡한 코로나19 위기 대응, 특히 여론에 반한 잇단 결정이 국민들의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지지율이 폭락하고 자민당 내 주요 파벌들의 지지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퇴임 수순을 밟게 됐다.
올해 상반기 일본 대부분의 지역에 긴급사태가 선언될 정도로 코로나19가 확산했고 “올림픽 개최는 위험하다”는 국민 여론이 높아졌다. 하지만 스가 총리는 올림픽을 강행했다. 일본 선수들의 활약으로 여론이 우호적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쉽게 생각했던 것이다.
올림픽을 계기로 감염자가 폭증했다. 지난달 20일 일본 내 하루 확진자는 2만 5868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충분한 코로나19 백신을 확보하지 못해 접종이 늦어졌고, 병상 부족 등 의료시스템이 마비됐다. 사망자가 속출했고 델타변이가 급속도로 퍼졌다. “도쿄는 사실상 통제 불능”이라는 진단까지 나왔는데도 스가 총리는 마땅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올림픽 강행은 국민 여론에 반하는 오판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8월 하순께 “정말 8월에는 (감염 상황이) 수습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스가 총리는 올림픽에 앞서 그저 “안전·안심 올림픽 개최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기계처럼 반복했다. 이에 대해 아사히는 스가 총리가 “남의 말을 듣지 않는다”며 독선적 성격 및 소통능력 부재를 지적했다. 신문은 “국무위원들과 주변 인사들이 올림픽 중단을 건의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주류 대책, 입원 제한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아 현장을 혼란에 빠뜨렸다”며 “스가 총리는 백신 보급의 성과를 강조할 뿐이다. 폭발적인 감염 확산에 대한 위기감은 전혀 전달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지율 폭락·주요 파벌 지지 얻지 못해
자민당 내부에선 젊은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리 교체론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해 총재 선거에선 자민당 주요 7개 파벌 중 5개 파벌이 스가 총리를 지지했지만, 올해는 이시하라 노부테루 전 환경상이 이끄는 이시하라파(10명)만이 유일하게 지지를 표명했다.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96명)를 이끄는 호소다 히로유키 회장은 지난달 스가 총리의 연임을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파벌 차원에서는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아소 다로 재무상이 이끄는 아소파(53명), 다케시타 와타루 전 자민당 총무회장이 이끄는 다케시다파(52명), 니카이 간사장이 이끄는 니카이파(47명)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호소다파, 아소파에서는 3선 이하 젊은 의원들이 40% 이상이다. 이들은 “스가 체제로는 중의원 총선거에서 싸울 수 없다”며 공공연히 총리 교체를 주장했다. 아사히는 주요 파벌들이 스가 총리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를 표하지 않고 ‘눈치보기’만 계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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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총리의 불출마 선언 이후 차기 총재가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과 다카이치 사나에 전 총무상은 이미 입후보 의사를 밝혔다. 고노 다로 행정개혁담당상,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도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과 고노 담당상, 이시바 전 간사장을 유력 후보로 꼽힌다. 기시다 전 정조회장은 자민당 대 주류 파벌 중 하나인 기시다파의 수장으로,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 스가 총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당내 경쟁 파벌인 호소다파와 아소파 등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3위를 차지한 고노 담당상과 이번 총재 선거 출마시 5번째 도전을 하게 되는 이시바 전 간사장은 차기 후보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두 사람 다 기시다 전 전조회장에 비해 소통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다만 당내 입지는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이다.
누가 자민당 총재로 당선되더라도 한일 관계는 핵심 갈등 현안에 관한 양국의 입장 차이가 커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기시다 전 정조회장과 이시바 전 간사장, 니카이 간사장을 중심으로 한 정권이 출범하면 한일 협상에는 유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관련, 아사히는 이시바 전 간사장을 아베 노선과 선을 긋는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평했다. 그는 개헌 논의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아베 전 총리 주도로 전쟁 포기 등이 규정된 헌법 9조를 개정하는 것에는 이의를 제기했다. 고노 담당상의 경우 아베 전 내각에서 외무상과 방위상을 지냈으며 한일 관계의 경색 국면에 관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