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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런던에 살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며 “다음달 초 서울로 들어가는 비행기를 겨우 구했지만 항공 상황에 따라 표가 갑자기 취소되기도 해 긴장 속에 지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영국 사람들은 런던을 ‘세계의 수도’로 자부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런던은 현재 황량함 그 자체다.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는 피카딜리 서커스, 트라팔가 광장 등에서도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하철과 버스의 일부 구간은 통행이 중단됐다. 영국 정부는 런던을 전면 봉쇄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거리는 을씨년스럽지만 마트는 전쟁통이다. A씨는 “생필품을 구하기 어렵다는 게 당황스럽다”고 했다. 요즘 세인즈버리 같은 영국 주요 마트는 고객들이 카트에 물건을 쓸어담다시피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파스타, 휴지, 음료, 야채, 쌀 등 식품과 생필품은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진열대가 텅텅 비어 있기 일쑤다.
코로나19가 유럽과 미국을 강타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확진자 수는 15만명에 육박했고, 미국의 경우 2만명을 넘었다. 세계의 중심인 영국 런던과 미국 뉴욕은 사실상 ‘셧다운’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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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조지 유스티스 영국 환경부 장관은 이날 코로나19 대응 기자회견에서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식료품을 사면 다른 사람이 살 수 있는 양이 부족할 수 있다”며 사재기 중단을 촉구했다. 그는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식료품 부족 사태는 오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민들은 책임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했다.
런던은 코로나19로 마비 상태다. 일부 마트는 이미 일정 개수 이상의 식료품을 사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예컨대 수요가 많은 라면의 경우 1인당 다섯개 이상은 못 사도록 하는 식이다. 이날 오전 현재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5018명으로 전날(3983명) 대비 1035명 늘었다. 사망자는 233명이다. 전날보다 66명 증가했다.
영국뿐만 아니다. ‘유럽의 우한’ 오명을 쓴 이탈리아의 확진자는 5만3578명에 달한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페이스북 영상을 통해 “국가의 공급망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일부 사업장을 제외한 모든 비필수 사업장을 다음달 3일까지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약국, 마트, 우편, 은행, 교통 등을 제외하면 나라의 경제 활동이 멈춰선다는 의미다. 콘테 총리는 “코로나19는 이탈리아 역사상 가장 중대한 위기”라고 했다.
스페인(2만5374명), 독일(2만2084명), 프랑스(1만4459명), 스위스(6489명), 네덜란드(3631명), 오스트리아(2847명), 벨기에(2815명) 등 유럽 전역에서 확진자 수는 급증 추세다. 유럽 전체로 보면 확진자는 14만9000여명에 달한다. 누적 사망자는 750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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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처(FEMA)는 이날 뉴욕주를 ‘중대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처음이다. 세계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히는 뉴욕 타임스퀘어는 요즘 인적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현재 뉴욕주에는 약국, 마트 은행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사업장에 재택근무 명령이 내려졌다. 뉴욕 시민들 사이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뉴욕주의 중심인 맨해튼 봉쇄설까지 도는 등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CNN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만3572명으로 나타났다. 전날보다 5400명 넘게 급증했다. 중국과 이탈리아, 스페인에 이어 미국이 세계 네 번째로 확진자가 많은 나라가 된 것이다. 그 중 절반인 1만명 넘는 환자가 뉴욕주에서 나왔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향후 몇 달간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뉴욕타임스(NYT)가 전한 컬럼비아대 연구팀의 분석을 보면, 통계에 잡히지 않는 미국 내 ‘숨은 감염자’는 실제 확진자의 11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20만명을 훌쩍 넘는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2개월 후에는 65만명까지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프리 샤먼 컬럼비아대 교수는 “1918년 스페인독감 이후 최대 재앙”이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험하지 못한 인명피해가 뒤따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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