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人]"北美대화 매우 중요"..중재 시동 건 유엔총장

이준기 기자I 2018.02.04 15:05:50

"美군사옵션 비극의 시작..北, 이번 대화 기회잡아야"
北 대표단과 면담 계획 "아직 없다"지만..여운 남겨
9일 평창올림픽 참석차 첫 방한..韓특파원단 첫 인터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사무총장이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소재 유엔본부 회의실에서 한국 특파원단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9일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차 방한하는 안토니우 구테흐스(사진·68)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과 미국에 자제를 촉구하면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코피 작전’으로 불리는 대북 군사옵션을 만지작거리는 미국에 “매우 비극적인 상황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한편, 올림픽 이후 도발 가능성이 점쳐지는 북한을 향해 “이번 기회를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긴장을 높이는 그 어떤 행위도 부정적 결론을 초래할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면서 양측간 중재를 자처하고 나섰다.

구테흐스 총장은 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한 이데일리를 비롯한 한국 특파원단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북핵의) 군사적 해결이 아닌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이 자리에 있다”며 이처럼 밝혔다. 그러면서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 어떤 긴장 고조 행위도 일어나지 않기를 희망한다”면서 북핵 문제는 미국과 유엔 사이의 문제가 아닌 관련 당사국 간의 문제로, 미국과 북한이 포함된 의미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한다. 관련 6개국의 문제이기도 하다”며 ‘북미대화’를 넘어 ‘6자회담’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 구테흐스 총장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 간 면담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이 1일 브리핑에서 ‘(올림픽 때) 북한 인사와는 면담 계획이 없느냐’는 질문에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 대해 추정해 답변할 수 없다”고 면담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구테흐스 총장는 “나의 역할은 보조적”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지금은 다른 계획이 없지만, 제 방문의 맥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게 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북핵문제는 미국과 북한, 관련 국가들이 해결할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하면서도 동시에 묘안을 찾아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구테흐스 총장은 9일 강원도 강릉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하기로 했다.

다만, 구테흐스 총장은 북핵해법을 위한 구체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면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유엔 역할은 평화의 메신저, 다리를 놓은 조정자”라며 “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이사국들의 단합을 통해서만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31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미국의 한반도 주변 전략자산 배치 문제를 안보리에 상정할 것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온 것과 관련해선 “나는 그 편지에 대답할 것”이라며 “유엔의 역할은 간단하다. 안보리 결의 이행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촉진자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리 외무상은 지난달 5~8일 방북한 제프리 펠트먼 유엔 정무담당 사무차장과 만나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의 외교적 해법 원칙에 뜻을 모은 바 있다. 펠트먼 차장은 이번 구테흐스 총장의 방한에 동행한다. 북한이 안보리 제재에 강력 반발하는 데 대해 구테흐스 총장은 “제재를 받는 나라들은 보통 제재를 비판하며, 제재에 ‘고맙다’고 하는 나라는 보지 못했다”며 “핵심은 대북 제재들이 안보리 만장일치로 결정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북한의 올림픽 참가 결정에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는 지적엔 “나는 그쪽 전문가가 아니다”며 “남북 간 교류확대는 긍정적이고, 특히 남북 간 군사 핫라인이 재개된 것에 매우 고무돼 있다. 올림픽은 교류 진전을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과 관련해 구테흐스 총장은 “인도주의적 조치는 인도주의적 원칙에 근거해야 한다”며 “원조와 정치적 문제는 완전히 분리돼야 한다”고 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지난해 1월 취임한 구테흐스 총장이 한국 특파원단과 인터뷰한 건 처음이다. 1995년부터 2002년까지 포르투갈 총리 재임 당시 몇차례 방한한 적은 있지만, 유엔 총장 자격으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유엔난민기구(UNHCR) 대표를 지내면서 ‘난민의 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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