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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총의 ‘캐스팅 보트’로 불린 종업원지주회를 설득하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내걸었지만 소용 없었다. 이번 주총 승리를 계기로 신동빈 회장이 추진 중인 호텔롯데 상장 등 그룹 차원의 프로젝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6일 오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롯데홀딩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올린 안건이 모두 부결됐다. 이는 신 전 부회장은 지난달 12일 소집한 임시 주총이다. 안건은 현재 경영진인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사장을 해임하고 본인을 롯데홀딩스 이사로 선임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로써 신동빈 회장은 경영권 분쟁 이후 치뤄진 2번의 주총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완승을 거뒀다. 두 번 모두 30분 안에 속전속결로 끝났다. 앞서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100% 승리’를 자신했지만 이번에도 동생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이후 아버지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지지를 바탕으로 각종 법적 소송 등을 제기하며 신동빈 회장을 공격해왔다. 주총으로 그간의 노력을 확인받고자 했지만 오히려 신동빈 회장의 그룹 장악력만 확인하는 결과를 낳았다.
주총 결과를 두고 신동주 측은 “현 롯데홀딩스 경영진의 부당한 압력 탓에 종업원지주회 회원들의 의견이 적절하게 반영되지 않았다”면서 “오는 6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안건을 다시 상정할 것”이라며 재도전을 시사했다.
반면 롯데그룹은 이번 주총이 단순히 갈등을 만들기 위한 행위였다고 비판했다. 그룹 관계자는 “신동주 본인과 일부 측근 만을 위한 주총이었다”면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주총 결과를 엄중히 받아들이고 롯데의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경영활동에 방해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작년 7월 경영권 분쟁 이래 롯데그룹은 추락을 거듭했다. 미로처럼 엮인 계열사간 순환출자, ‘손가락 해임’으로 나타난 전근대적인 경영방식 등 롯데가 감춰온 치부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여기에 총수 일가가 한국어보다 일본어에 능숙하다는 점이 방송을 타며 난데 없는 국적 논란도 불거졌다.
이는 작년 11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특허권 상실로 이어지기도 했다. 악화된 여론이 발목을 잡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월드타워점은 연간 60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알짜면세점 중 하나로 그룹 내 충격이 컸다. 그사이 그룹의 주력사인 롯데쇼핑의 작년 영업이익도 30%나 줄어들었다. 임직원 비리라는 악재에도 간신히 재승인을 받아낸 롯데홈쇼핑의 재승인 번복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롯데로선 창사이래 최대 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주총을 계기로 롯데그룹은 사실상 경영권 분쟁의 ‘종결’을 선언했다. 그간 롯데의 발목을 잡아온 분쟁을 깨끗이 털어내고 전사적인 반등의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다. 우선 상반기 안에 작년부터 지배구조 정상화 일환으로 신 회장이 강력하게 추진해온 호텔롯데 상장(IPO)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그 외 사업 확장 차원에서 진행하는 해외 인수합병(M&A) 등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은 변수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건강상태다. 현재 신 총괄회장은 넷째 여동생 신정숙씨의 요청에 따라 법적 후견인 지정 심리를 받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자신의 후계자로 누차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을 지지해왔다. 이에 법원이 신 총괄회장의 판단능력을 ‘정상’으로 결론 내릴 경우 신 전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만약 여기서도 반대의 결과가 나오게 되면 신동빈 회장은 이번 주총 표대결로 확인한 주주들의 지지에 그룹 후계자의 명분까지 얻게 된다. 후견인 지정 2차 심리는 오는 9일 열리며 이 자리에서는 신 총괄회장의 인지능력을 판단할 병원이 가려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