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윤도진기자]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총 47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원자력발전소 수주 소식이 들려왔음에도 국내 증시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수주와 관련한 매수세가 개인으로 한정되면서 다른 산업까지 매기가 확산되지 않고 있고, 성탄 연휴 직전까지 동반 매수세를 펼쳤던 외국인과 기관이 모두 팔자에 나서고 있다.
28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0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6.16포인트, 0.37% 오른 1688.50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중동발 대형 수주 수식에 힘입어 1695.33까지 갭 상승해 출발하며 한때 1700선 회복을 노리기도 했지만 시간이 흘러가면서 보합권으로 물러섰다. 지수는 9시40분께 한때 마이너스 변동률을 나타내기도 했다.
시가총액 5위 한국전력(015760)이 10%가까이 오르고 24위 두산중공업이 상한가로 솟는 데다가 현대건설(000720), 삼성물산(000830) 등의 관련주도 7~8%대 급등세를 시현하고 있지만 지수는 탄력이 적은 모습이다.
수급주체별로 개인은 2234억원 어치를 순매수 하며 매수세를 집중시키고 있는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078억원, 1230억원 어치 순매도하고 있다. 종전 산타 랠리 상황과는 정반대의 수급 흐름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일단 연휴 전 코스피 지수가 1680선까지 오르면서 축적된 가격 부담이 큰 탓에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지수 상승 제한 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지난 24일까지 기관과 외국인이 대부분 연말 결산을 위한 윈도드레싱을 마쳤다는 점이 수급에 불리한 요인으로 꼽혔다.
원상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중소 기관의 경우 코스닥 시장에서 윈도 드레싱을 위한 매매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대형 기관들은 대부분 연휴 전에 윈도우 드레싱 매수는 마친 상태"라며 "남은 기간은 미세조정 정도가 있을 뿐이고 내일 배당락에 따른 주가 하락도 예상되기 때문에 기관이 매수에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원전 관련주에 대해서도 시가총액이 큰 대형 종목들이 급등세를 나타내다보니 연말 수익률을 감안할 수 밖에 없는 기관이나 외국인에게는 `훌륭한` 매도 기회가 제공된 셈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개인 외에 기관이나 외국인의 매수세가 나타나는 관련 종목은 두산중공업(034020) 정도뿐이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황분석팀장은 "원전 수주는 규모나 시장 진출 측면에서는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 수익성 면에서는 얼마나 남는 장사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남아있다"며 "이 점이 기업 수익성에 민감한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일부 종목으로 현물시장의 매기가 집중되는 것이 프로그램 매도 물량 출회로 이어지는 것도 기존 주도주인 IT, 자동차 업종의 약세 요인으로 꼽혔다. 또 수주 영향으로 외환시장 흐름에 변동이 생긴 점도 탄력 저해 요인으로 꼽혔다.
류 팀장은 "달러-원 환율이 1160원대 후반까지 밀리고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이 1270원선까지 자꾸 하락하는 것도 수급 측면에서 반갑지 않은 재료"라고 설명했다.
한편 원전 재료에도 불구하고 보합권을 걷는 연말 증시에 대해 원전 효과가 소진될 경우 약세 흐름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세를 나타내고는 있지만 지수흐름을 반전 시킬 정도로 강도를 높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존 주도주 가운데 가격이 많이 떨어진 종목이 있다면 매수도 권할 만 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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