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재밌다.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사회의 특정분야에서 의미있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 것이다. 사람을 만나보면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 삶의 스토리를 들을 수 있다. 처음에 그런 제의가 왔을 땐 웃었는데 지금은 즐기고 있다”
-인터뷰를 상당히 공격적으로 하더라.
“인터뷰는 게임이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간의 기싸움도 있다. 일부러 가혹한 질문을 많이 준비한다. 인터뷰가 나가고 나면 읽으신 독자들 중에서 가끔 ‘왜 그렇게 못된 질문만 하느냐’는 항의 메일이 올 때도 있다. 사실 기자들이 인터뷰하자고 하면 인터뷰이들은 긴장한다. 속내를 일일이 드러내기도 쉽지 않고. 그런데 내가 하자고 하면 좀 편하게 생각해주시는 것 같다. 인터뷰 대상자를 공략할 때도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상황을 만들어가는 편이다. 대상자와 친한 사람을 공략해서 자연스럽게 식사를 하기도 하고, 집도 찾아가고, 그러다가 인터뷰를 요청하면 거절 못한다. 몇 번 해보니까 그런 기술도 늘었다”
-본인도 인터뷰를 많이 당해보지 않았나.
“사실 기자들과 인터뷰 많이 해봤는데 처음엔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 근데 그러니까 불편했다. 상대방은 좀 더 알아내려고 하고, 그러면 나는 감춰야 되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편하게 얘기하니까 굳이 캘려고 할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어지게 되더라. 내가 누군가를 인터뷰할 때 긴장도 시키고 어려운 질문도 하는데 아마 내가 환자를 문진했던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된 것 같다. 내가 갖고 있는 환자 진료카드가 14만장이다. 그만큼 다양한 사람들과 인터뷰를 해본 것이다”
@사실 인터뷰어와 인터뷰이(interviewee)는 인터뷰를 전후로 갑을 관계가 바뀐다. 인터뷰를 하기 전엔 인터뷰이가 우위에 있다. 안 만나주면 인터뷰를 할 수 없으니까... 그러나 일단 인터뷰를 하고 나면, 열쇠는 인터뷰어(interviewer)가 쥐게 된다. 인터뷰를 당한 사람 입장에선 기자가 자기 말을 어떻게 옮길까, 자신을 어떻게 묘사했을까에 대한 궁금증, 두려움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이다. 박원장과 인터뷰를 하는 와중에도 추미애 의원실로부터 전화가 수차례 걸려왔다.(박원장이 지난주에 인터뷰한 인물이 바로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었다. 인터뷰기사는 15일자 중앙일보에 실렸다. 편집자주)
-칼럼과 강연 같은 활동이 아주 활발하다. 박 원장에게 칼럼이나 강연은 무슨 의미인가.
“나는 사회의 공진화(共進化)를 믿는다. 나만 잘되고 나만 행복하고 나만 즐거운 세상은 가능하지도 않고, 행복하지도 않다. 내가 강의를 수락하는 기준 중의 중요한 한 가지는 청중의 수다. 200명 이상이면 거의 무조건 한다. 한달이면 내 강의를 듣는 이가 7천-8천명이고, 1년이면 6만-7만명이 된다. 강의를 본격적으로 하게 된 것이 5년 전이니까 어림잡아 30만명 정도가 지금까지 내 강의를 들었다. 중고생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 사회의 리더도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가슴 뿌듯한 일이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자기관리도 되더라. 공인처럼 되면 나쁜 짓 하기 힘들다”
-사회와 소통하는 방식인가.
“그렇다. 나는 사회에 돌려줄 것이 많다. 사회로부터 받은 게 많기 때문이다. 강연하고 칼럼쓰고 하는 것은 나를 실현하는 아주 중요한 수단이다”
-그럼 지금 의료행위 외에 다양한 사회활동은 자선사업인가.
“그건 너무 거창하다. 하지만 내가 받은 것을 피드백해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히 있다. 환자들에 대한 고마움, 사회는 나 혼자 살 수 없다는 생각, 그리고 의학계보다 나를 더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생각 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남들보다 돋보이고 싶다, 능력을 인정받고 싶다는 생각은 없는가.
“그런 것이 없다고 말 못하겠다. 다만 내 역량의 밥그릇에 딱 맞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주식투자를 처음 한 것도 대학 때(그는 83학번이다)였는데, 남들이 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메디칼 잉글리쉬라는 과목을 수강하면서 타임지나 뉴스위크를 읽곤 했는데, 그때 이미 자본시장과 자산관리에 대해서 심도있는 기사들이 나오더라. 남들이 모르는 분야기 때문에 더 열심히 공부했다”
-타인의 시각에 너무 얽매이는 것은 강박관념 아닌가.
“인정한다. 잘 보이겠다는 생각이라기 보다는 못나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일텐데... 촌놈의 열등의식이 아닌가도 싶다. 공무원하시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삶이 위기에 빠졌던 경험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손가락질 당하는 것 싫고 칭찬받고 싶다는 욕구는 강하다. 그래서 더 자기자신에게 금기 같은 게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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