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지영한기자] 노사분규를 둘러싼 재계와 노동계간 불신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어 노사관계 악화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조남홍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25일 오전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민주노총의 7월2일 총파업이 이미 석달전 계획됐다"며 "이처럼 파업을 미리 정해놓고 교섭에 나서는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없다"며 최근 노사분규와 관련,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조 부회장은 특히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것과 관련, "노조가 무기를 들이대며 협박하는 듯한 인상을 받고 있다"고 말해 노동계에 대한 재계의 강한 불신을 짐작케 했다.
그러나 함께 출연한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재계의 이같은 주장을 일축했다. 기업가들도 사업을 하는데 계획이 필요하듯 노동문제에도 일정과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를 시비걸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교섭기간중 얼마나 성실하게 협상에 나서느냐인데, 그런 측면에선 재계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단 위원장은 참여정부가 친노동 성향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평가가 잘못됐다고 밝혔다. 단 위원장은 "노동문제에 물리력을 앞세웠던 지난 정부에 비해 대화하려는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제대로 된 노동정책이 단 하나도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조 부회장은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일관되게 주장하는 권기홍 노동부 장관의 기조로 보면 참여정부가 친노조 성향이 맞다"고 반박했다. 조 부회장은 "때문에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가던지 아니면 사회적 통합만 주장해 1만달러에 머무를지 정부는 현재 정책적으로 선택할 시점에 놓여있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들이 MBC와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청와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조에 대해 분리대응하겠는 방침을 밝혔다. 또한 노조파업이 폭력이나 시설점거, 장기화 등 3대 요건에 해당할 경우 경찰력을 투입하겠다고 했는데, 정부의 이같은 입장에 대한 생각은 어떤지.
▲단병호 =정부의 노동문제 대응방침은 저희들이 볼 때 과도하다. 예년에 비해 쟁의건수나 쟁의로 인한 노동손실일수가 현격하게 줄었다. 그럼에도 올해 엄청나게 투쟁이 많은 것처럼 정부가 왜곡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대기업·중소기업·비정규직 노조 분리대응 방침과 관련) 대통령은 그 문제를 가끔 얘기했다. 대기업이 특혜를 받는데 이기주의에 빠져있어 강력대응하겠다는 것인데 원칙적으로 동의 못한다. 그런 접근 방식은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대공장 노동자들이 영세사업장보다 상대적으로 낫지만 (이러한 차이는) 그동안 정부정책이 중소영세업체에 대해 저임금을 강제함으로써 나타나난 후유증인데 대기업 노동자들이 특혜를 받고 있는 듯 호도하고 있다.
▲조남홍 = 대기업 노조나 중소기업, 비정규직 노조가 파업할 때 정부의 기본태도는 불법이나 원칙을 어기면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노조엔 강도야 달라질 수 있겠지만 기본원칙은 하나이지 분리할 일이 아니다. 단 위원장께서 별로 파업이 과도한게 아닌데 과장됐다고 하셨는데 잘못 생각하고 있다. 작년대비 숫자가 줄어들고 있으나 작년엔 4~5월에 (파업이) 있었고 지금은 7월이다. 9월까지 가면 달라진다. 전문가들도 작년에 비해 파업이 과장됐다고 주장하는데 한심스럽다.
▲단병호 = 조남홍 부회장 말씀은 납득하기 어렵다. 예년과 비교하셨는데 작년엔 월드컵 때문에 임단협이 4월로 앞당겨졌지만 2001년이나 2000년에는 시기집중이 6~7월에 집중돼 있다. 그 때와 비교하면 (올들어)파업일수와 노동손실일수는 적다. 조 부회장께서 9월 통계가 다를 것이라고 하셨는데, 이는 7~8월 임단협 교섭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음을 전제로 말씀하신 것 같다. 이는 재계가 올해는 투쟁을 상정하고 성실대응을 포기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문제가 노동계가 아니라 재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조남홍 = 7월2일 민주노총 총파업이 계획돼 있는데 이같은 계획은 4월에 이미 결정됐다. 석달전 파업하겠다고 정하고 교섭한다면 산하단체 노조의 성실교섭이 가능하겠나. 미리 파업을 못박고 교섭에 나서는 노동행태는 바뀌어야한다.
▲단병호 = 노동문제에도 나름대로의 계획이 있다. 교섭일정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교섭을)성실히 하다 안되면 이렇게 하겠다는 계획일 뿐이다. 기업하시는 분들도 계획성없이 일을 하나. 노동도 마찬가지다. 일정이나 프로그램을 문제삼는 것은 잘못이다.
▲조남홍 = 외국에는 이런 사례가 없다. 과장됐는지 모르지만 (파업을 미리 정해놓고 교섭을 하는 것은) 옆에 무기를 놓고 `할래, 안할래` 협박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러한 노동운동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
-재계에선 참여정부가 친노조 성향이 있다는 말들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조남홍 = 한 정부의 노동정책은 노동문제에 대한 (해당)장관의 발언이 중요한데 (노동부 장관의 발언을 들어볼 때)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선 노동부 장관의 기조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의 구축이다. 일단 노조를 약자로 보고 힘의 균형을 맞춰가겠다는 것이다. (장관은)내용적으로 왠만한 파업은 불법이 되도록 규정돼 있어 불법을 합법으로 바꾸겠다고도 늘 말하고 있다. 또 (장관은)실천방법으로 대화와 타협을 말씀하는데 최근 해결방법을 보면 대화와 타협을 하는 과정에서 법과 원칙이 밀리고 있다는 느낌이다. 법과 원칙내에서 대화와 타협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있는) 이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단병호 = 현재 정부가 친노동적이었으면 좋겠는데 그러기엔 문제가 있다. 물론 현 정부들어 화물연대와의 대화노력 등 몇가지 현안문제를 전정부와 달리 해결을 찾으려하는 노력 자체는 긍정적이다. 또 정부가 얘기하는 사회통합적 노사정책의 기본 기조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친노동 정부라고 하는데 대해선 동의 못한다. 지난 정부는 IMF상황에서 노동배제 정책속에 노사문제를 물리력으로 해결했다면 현 정부는 이를 지양하고 있는 점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모습이 보이지만 이 자체를 친노동적이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비정규직 문제나 외국인 노동자 문제, 노동시간 단축 등의 현안에 대해 정부는 현재 어떠한 긍정적인 정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본질의 문제를 보지 못하고 하나의 사안으로 친노동계 정부라는 평가는 안된다. 또한 (친노동 평가를 내리기엔)아직 이르다.
-노조가 파업을 정해 벼랑끝 전술을 쓰고 정부만 상대하려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단병호 = 저희들이 임단협 교섭에서 프로그램을 정하고 언제까지 성실히 교섭하다 불가피하면 파업에 나서겠다고 상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것이 협상을 통한 해결을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정부상대 요구는 6월에 많이 나왔는데, 경제특구 문제 등의 경우
정부를 상대로 얘기할 수밖에 없지 않나. 지하철노조의 요구조건도 2인승무제요구나 불연제사용, 역사내 안전요원 배치 등 주로 시민의 안전을 위한 사안들인데 이런 문제는 개별노사간 문제라기보다는 정부정책의 문제이다. 그래서 정부에 대한 요구로 나타난 것이다.
▲조남홍 = 대한민국은 국민들이 만든 법이 있다. 법을 존중해야 한다. 정부정책에 대해 노동계에서 이견을 갖고 불만을 가질 수는 있지만 해결방법은 대화하고 건의를 통해 하면 된다. 그런데 왜 법을 어기고 근면한 근로자들을 거리로 유도하나 불법파업하면 안된다. 법이 잘 못됐으면 국민들의 컨센서스를 통해 고쳐야지 이를 어기며 불법파업에 나서면 안된다.
-각자 입장을 밝힌다면
▲단병호 = 저희들도 노동자들이 일방적으로 파업하자는 것이 아니라 법테두리내에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 문제를 모두 법으로 해결 못하는게 현실이다. 정부가 노동문제에 대해 일방적으로 강행하려할 때는 저항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예컨데 병원에선 교섭을 회피한다. 때문에 불법파업이되고 공권력이 투입된다. 불가피한 상황에서 불법파업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현상만 갖고 말하면 노사관계는 못 푼다.
▲조남홍 = 틀린 것은 고쳐 나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소득 1만불을 7~8년째 지속하고 있다. 정부가 2만불 달성을 말하는데, 과연 2만불로 갈 것이냐 사회적 통합만 주장해 1만불에 머무느냐 (정부는) 정책적 선택에 놓여있다. 그러나 국민 모두 2만불을 바란다. 각 이해집단이 참고 견딜 것이 무엇인지, 정부도 이에 맞춰 정책을 펼쳐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