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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의 시선]보호받지 못하는 '가정 밖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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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기자I 2026.10.23 05: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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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밖 아이 30만명 추산
쉼터 부족에 돌봄 구멍
자살 위험 재학생의 18배
정부 대책은 학교 머물러

[김영수의 시선]보호받지 못하는 '가정 밖 청소년'
[이데일리 김영수 수석논설위원] 최근 SBS ‘우리들의 발라드2’에 참가한 김수아(19세)는 어려운 가정환경으로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하게 된 사연을 공개해 시청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안겼다. 그의 애틋한 사연이 깃든 자우림의 ‘Over the rainbow’ 노래에 관객들은 눈물을 훔쳤다. 그의 사정을 아는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서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다. 청소년 쉼터 입소를 위해 도움을 준 사람들,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그의 마음을 헤아려 준 사람들. 모두 따뜻한 이웃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그가 가수의 꿈을 꾸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부 운영 시설이 있다는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또다른 김수아도 이렇게 보호받고 있을까.

청소년 쉼터는 가정 내 갈등·학대·폭력·방임이나 가정해체, 가출 등의 이유로 보호자로부터 이탈돼 사회적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가정 밖 청소년’(만 9세~24세)이 이용할 수 있다. 성평등가족부 소관인 청소년 쉼터는 올해 9월 기준 전국에 138개소가 운영되고 있는데 이 시설을 이용한 가정 밖 청소년은 지난해 말 기준 2만 6431명에 이른다. 문제는 이용자 수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기관을 이용하지 않는 청소년까지 포함하면 실제 가정 밖 청소년은 더 많을 수 있다는 게 전문들의 진단이다. 부모의 실업, 이혼, 가정폭력 등에 상처입고 보호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쉼터를 찾는 이용자는 증가하고 있는 반면 쉼터는 크게 늘지 않고 있다. 더구나 13개월 이상 이용할 수 있는 중장기 쉼터는 자리 회전이 느리기 때문에 수용 인원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인력 및 시설 부족으로 돌봄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입소기간 종료에 의해 다른 시설로 옮겨야 하는 ‘쉼터돌이’ 현상도 빚어지고 있어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쉼터조차 입소하지 못하는 가정 밖 청소년의 돌봄과 자립은 더 큰 문제다.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희망친구 기아대책이 추산한 가정 밖 청소년은 30만명에 이를 정도다. 이들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사회적 배려가 많다고 하지만 홀로서기의 벽에 부닥치는 순간 좌절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희망을 저버리고 세상을 등지는 경우다. 실제 우리나라 전체 자살사망자가 감소하고 있지만 10대는 되레 증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대 자살사망자는 400명으로 전년(372명)보다 28명 늘었다. 같은 기간 10대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8.6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2011년 이후 14년째 자살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가정 밖 청소년의 자살 사망자 수는 최근 6년간 연평균 152명으로 재학생의 자살 위험보다 약 18배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생각률과 시도율은 각각 최대 66.4%, 31.3%로 재학생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자살률을 사회구성원들이 겪는 사회적 병리와 집단적 고통의 척도로 봤다. 10대 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가 뒤틀려 있다는 뜻이다.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정책 마련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책은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인공지능(AI) 위기징후 발굴, 학생 심리부검 등을 통해 10대 자살률을 8.0(2024년)에서 4.2명(2035년)으로 낮춘다는 범정부 차원의 추진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가정 밖 청소년은 포함하지 않았다. 관련 대책이 학교의 경계 안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가정 밖, 학교 밖 청소년들은 제도권 내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것이다.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한 끊기지 않는 지원을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성평등가족부, 교육부 등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서비스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뿐 아니라 일대일 맞춤형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한 자살 예방, 치료, 회복의 전 과정을 별도로 관리 지원하는 체계를 범정부 차원에서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가정 밖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도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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