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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결과를 보면 태안화력은 언제 어디서 노동자가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서부발전은 추락·폭발 사고를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추락 위험이 있는 곳에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았고 폭발 위험 장소에선 비방폭 전기설비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위험한 작업은 ‘불법파견’된 하청 노동자 몫이었습니다. 고 김충현 씨가 그랬습니다. 그는 안전보건점검 대상에서도 애초에 빠져 있었습니다. 위험한 일을 하청 노동자에게 맡기면서도 노동자 안전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던 셈이죠. 김 씨뿐 아니라 2차 하청업체에서 김 씨와 유사한 작업을 하는 노동자 41명이 불법파견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처럼 죽음이 도사린 곳의 안전활동 평가는 4년 연속 ‘최고 등급’이었습니다. 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서부발전에 4년 연속 ‘A등급’을 부여한 겁니다. 올해 4월 발표한 지난해 평가에서 서부발전이 받은 A등급은 공기업 부문 최고 등급이었습니다.
노동부는 당시 서부발전이 ‘CEO와 함께하는 안전 동행’ 등의 안전 경영활동을 추진한 점을 들어 높은 등급을 부여했습니다. 이번 노동부 감독 결과를 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등급입니다.
세 가지 경우일 것 같습니다. 노동부가 안전활동 평가 제도를 탁상공론식으로 만들었든지, 안전보건공단이 평가를 제대로 안 했든지, 서부발전이 형식상으로만 평가 활동을 했든지입니다.
적어도 노동부의 안전활동 평가 등급이 신뢰를 잃은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서부발전 같은 발주사가 직영 노동자를 대상으로 벌인 안전활동뿐 아니라 ‘위험의 외주화’와 관련한 평가 체계도 만들어 공공기관들이 실질적인 안전활동을 하게끔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