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국내 펨테크(여성+기술) 산업 활성화를 위해 사업 영역과 범위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펨테크는 월경과 임신, 난임, 갱년기 등 여성의 다양한 신체적·심리적 고민을 다루지만 국내에선 대부분 생리대 등 월경용품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월경부터 난임·유방암 등 폭넓은 해외 펨테크
2일 시장조사기관 ‘펨테크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세계 펨테크 기업 비중은 △임신·육아(25.5%) △건강관리(성건강·월경·난임·피임, 24.8%) △진료(여성질환·유방암, 19.5%)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국내에선 여성용품이나 월경주기 관리 애플리케이션(앱)등 월경 관련 사업모델이 두드러진다. 반면 해외에서는 여성의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펨테크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월경뿐 아니라 임신과 난임, 폐경, 유방암 등 그 범위가 다양하며 인공지능(AI), 생명공학, 신소재 등의 기술 활용도 활발하다.
미국의 ‘모던퍼틸리티’는 호르몬 분석으로 난소 나이 등을 파악해 가임력, 가임기를 예측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고객이 손가락 끝에서 채혈한 혈액 샘플을 업체에 발송하면 호르몬 분석 결과를 제공하고 비대면 상담을 통해 임신 계획 관리를 지원한다.
스위스의 ‘아바’는 미국 식품의약품 승인을 받은 손목형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정확성을 높였다. 사용자의 호르몬 변화와 관련된 체온, 심박수, 맥박, 호흡 등을 측정해 데이터를 아바 앱으로 전송하면 가임기 예측 정보를 제공한다.
국내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갱년기 전문 사업모델도 있다. 싱가포르 ‘엘로케어’는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체온, 혈압 등을 모니터링하고 여성 호르몬 감소와 폐경에 따른 생활 습관 개선 방안 및 의학적 소견을 제공한다. 갱년기 관리 앱 ‘카리아’ 운영사인 미국 버추헬스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노화 관련 질환 치료 방법을 연구 중이다.
업계에서는 해외 사례처럼 국내에서도 펨테크 사업 범위를 넓혀야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빅데이터, 자가진단 등 혁신 기술을 접목해야 대규모 자본이 펨테크 시장으로 유입될 수 있어서다.
인허가 과정 까다로워…비대면 진료 규제도
국내는 지나친 규제로 인해 사업모델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여성 건강 관련 제품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존 시장에 없던 제품에 대한 인허가는 특히 까다로운 편이어서다. 월경기간 중 질 내부에 삽입해 월경혈을 받아내는 컵 형상의 ‘생리컵’이 2018년 수입 허가되기 전까지 국산화가 힘들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비대면 진료 역시 국내의 대표적인 규제 사례다. 미국에선 ‘뉴알엑스’ ‘로리’ 등의 기업이 피임, 성병, 폐경기 증상 등 분야에 대해 원격진료 및 처방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성매개감염병(STD) 검사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자가 테스트를 권장하지만 국내에선 비대면 진료를 초진이 아닌 재진만 가능토록 제한하고 있어 관련 사업이 불가능에 가깝다.
한 펨테크 스타트업 대표는 “사업의 가장 큰 장애물은 인허가”라며 “시장에서 첫 사례로 인허가를 받는 게 너무 힘들다”고 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몸에 대한 연구와 제품·서비스 개발은 더뎌 왔다”며 “기존에 없던 걸 만드는 게 스타트업이다. 특히 펨테크 관련사업 환경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