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미국 워싱턴DC 시내의 한 호텔에서 그레고리 추기경과 환담을 진행했다. 문 대통령과 그레고리 추기경은 모두 마스크를 벗은 채 소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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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리 추기경은 “저 역시도 대통령을 이렇게 만나 뵙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그리고 대통령께 말씀드리고 싶은 점이, 제가 서울에 방문한 적이 있다는 것”이라고 한국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서울 방문했던 것은 2004년에 4년마다 개최가 되는 아시아 지역의 주교회의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며 “당시 대전에서 개최가 됐는데, 우선 서울로 간 다음에 대전으로 이동했었는데 굉장히 인상 깊은 여정이었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한국은 가톨릭 신자 비율이 전체 국민의 12~13% 이런 정도일 것 같다”며 “비율로 보면 가톨릭 국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지식인층이 특히 가톨릭 신앙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동안 우리 한국 사회가 민주화되는 과정에서 민주화 운동을 많이 이끌었고, 또 한국 사회의 인권이라든지, 독재라든지 아픈 사람들의 삶을 어루만지고, 요즘에서는 또 남북의 통일을 위해서 많은 역할들을 하고 계신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는 상당히 정신적으로 국민들에게 많은 영향을 주시고, 주도적인 종교라고 말할 수 있다”며 “한국의 가톨릭 신도들, 특히 신부님이나 주교님들이 이번에 제가 순방을 가게 되면 그레고리 주교님을 꼭 좀 만나 뵙고 좋은 말씀을 청하라고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한국 천주교가 사회 정의라든지, 가난한 사람들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워 왔다는 말씀이 저에게는 큰 자부심”이라며 “그리고 평화에서 앞서 왔다는 점도 굉장히 큰 자부심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레고리 추기경에 구르마 십자가를 선물했다. 구르마 십자가는 수많은 세월 동안 노동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해온 구르마를 해체해, 이를 끌던 이들의 고통까지 바라보던 예수님의 마음을 십자가로 담아낸 작품이다. ‘구르마 십자가 프로젝트’를 통해 만들어진 10개의 십자가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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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최근 미국 내 아시아계 혐오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데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고, 평소 인종 간 화합을 강조해온 그레고리 추기경이 한국 등 아시아계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늘 관심을 갖고 기도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앞서서도 인종 차별 문제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내왔다.
한편 그레고리 추기경은 17년 전 한국 방문 경험을 설명하면서 당시 한국 국민들이 보여준 따뜻한 환대를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있으며 다시 한국을 방문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고 했다. 그레고리 추기경은 2004년 아시아·남태평양 주교회의 참석차 방한해 서울과 대전을 방문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한미 양국 국민들의 돈독한 우정과 폭넓은 교류가 한미 관계의 소중한 저력이라고 하고, 가까운 시일 내 그레고리 추기경이 한국을 다시 찾아 주기를 바란다고 초청의 뜻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