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15조달러(원화 약 1경7040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고 있는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이 미국 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이행해야 한다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지구 온난화는 중국에 의해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파리협약 탈퇴를 약속했고 최근에는 협약에 남기 위해서는 재협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전세계 214개 기관투자가들은 공동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주요 7개국(G7) 정상들에게 발송한 서한을 통해 “장기 기관투자가들로서 우리는 기후변화 리스크를 완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우리의 투자를 지켜낼 수 있는 필수적인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는 전세계 모든 국가들이 파리협약을 이행하도록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공동서한에는 미국내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캘퍼스·CalPERS)을 비롯한 다른 연기금은 물론이고 스웨덴과 호주 등 전세계 기관투자가들도 서명했다. 파리협정은 지난 2015년 11월 오는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해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195개국 합의로 마련됐다. G7 정상들은 오는 25~26일 이틀간 이탈리아에서 정상회의를 갖고 기후변화 대응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며 오는 7월에는 주요 20개국(G20)까지 확대해 독일에서 정상회의를 갖는다.
이번 공동서한 작성에 참여한 비영리 환경단체인 세레스(Ceres)를 이끌고 있는 민디 러버 대표는 “기후변화 대응은 G20 국가들에게 가장 당면한 우선과제”라고 전제한 뒤 “특히 이행여부가 불확실한 미국에게는 더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는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던 파리기후변화협약의 파기를 위해 내부 토론중이다. 오바마 전대통령이 합의한 이 협정에 따라 미국은 2025년까지 미국 온실가스 배출을 26~28% 감축해 2005년 이전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결과 에너지 분야에서 미국 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05년부터 2016년 사이 14% 줄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기후변화 규제를 철회하는 `에너지 독립` 행정명령에 서명해 탄소 배출량 규제 등 6개 이상의 환경규제를 철폐했다. 릭 페리 미국 에너지 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탈퇴하는 것을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우리는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재협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