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속에서 숙성된 물, 하늘이 준 설경… 이 맛이다

조선일보 기자I 2010.01.14 11:37:00

전국 온천 베스트 5

[조선일보 제공] 2억년된 물 속에서 해를 맞이하다 강릉 금진온천

수평선 끝 옅게 깔린 구름 위로 해가 떠오르자 김 서린 실내 풍경이 선명해진다. 몸을 담근 와인빛 물에 햇살이 어렴풋이 비치기 시작한다. 겨울바람에 한껏 웅크렸던 몸속 혈관이 이완되면서 나른한 느낌이 맨살을 휘감는다.

겨울 바다에서 추위에 떨며 일출을 기다려 본 사람은 안다. 자신의 몸을 덥혀줄 온기가 얼마나 간절한지. 망상·옥계 해수욕장을 굽어보는 해안단구 위에 위치한 강릉 금진온천은 너른 동해를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다.

금진온천은 꽤 근래에 조성된 광천수 온천이다. 2004년 물을 파내 2007년 문을 열었다. 김정득 대표는 "물맛이 짜기에 다 틀렸다고 생각하곤 버려뒀는데 성분검사를 해보니 거의 기적의 물이었다"고 했다. "칼슘, 마그네슘 등 필수 미네랄뿐만 아니라 항암에 도움이 되는 셀레늄(Se), 혈당 강화작용이 있는 바나듐(V) 등 희귀 미네랄이 물에 녹아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얘기다. 고생대 땅이 뒤집히며 지하에 갇힌 해수가 숙성된 결과다. 고생대면 자그마치 2억2500만년 전이다. 그 오래된 물에 몸을 담글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비롭다.

실제로 이미 입소문을 전해듣곤 이곳 물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 마을주민은 "지난 1일엔 온천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더라"고 말했다. 금진온천의 수용규모는 최대 150명이라 사람이 많아지면 기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남탕과 여탕이 분리돼 있고 노천탕은 없다. 입장료 일반 1만5000원, 13세 이하 7500원. 강원 강릉시 옥계면 금진리 92-1 (033)534-7397 www.kurehouse.com

>> 특징_ 광천수. 미네랄 성분이 다른 곳에 비해 많다. 특히 항암효과를 가진 것으로 알려진 셀레늄과 당뇨병 치료에 많이 이용되는 바나듐 함유.

▲ 강원도 강릉 '금진온천'. 미세한 황토를 다량 함유해 물이 붉고 뿌옇다. / 조선영상미디어

▲ 뜨거운 온천욕이라는 '몸의 호사'와 수려한 풍광을 감상하는 '눈의 호사'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경북 울진 '덕구온천'. / 조선영상미디어

온천 본연의 온도를 느끼다 울진 덕구온천

노천욕의 즐거움은 두 가지다. 첫째, 냉기와 온기가 한 몸에서 경계를 이루며 자아내는 극한 대립을 맛볼 수 있다. 둘째, 거의 벌거벗다시피 한 차림으로 주변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다. 첫째야 모든 야외 노천탕이 그렇다지만 둘째 조건을 충족시키는 곳을 찾긴 힘들다.

울진 덕구온천은 그 조건을 만족시킨다. 노천탕에 몸을 담그면 푸른 하늘을 수놓은 새털구름 아래 하얀 눈을 뒤집어쓴 응봉산이 정면으로 보인다. 응봉산을 이루는 소나무 숲은 선비처럼 곧되 여인처럼 포근하다. 소나무가 모여 부드러운 곡선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응봉산을 지키는 산신령이 보기 드문 여신이란 사실이 가슴 깊이 와 닿는다.

덕구온천은 국내 유일의 자연용출 온천이기도 하다. 펌프 같은 인위적인 조작 없이 자연의 힘으로 물이 솟구친다는 말이다. 4㎞ 떨어진 계곡 끝자락에 위치한 온천원에서 물을 끌어온다. 하루 쏟아지는 양이 2000t. 양이 넘쳐 밤에는 그냥 흘려보낸다. 데우지도 않고 첨가물도 넣지 않는 만큼 온천수 본래의 성분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 효력을 인정받아 이달 보양온천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만큼 유래도 깊다. 약 600여 년 전 고려시대 말기 상처를 입은 멧돼지가 온천원에서 몸을 씻고 쏜살같이 달아났다는 전설을 필두로, 온천탕이 생기기 전부터 노천에서 온천욕을 즐긴 마을주민들의 흔적이 계곡 인근에 남아있다. 과거의 기운이 여전히 보존된 이곳 직원들은 지금도 정월대보름이면 산신제를 지낸다.

노천탕에선 폭포탕·히노끼탕·레몬탕·자스민탕을 즐길 수 있으며 실내 스파월드엔 어린이 슬라이더·엑션 스파 등이 구비돼 있어 아이들과 가기에도 알맞다. 타인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다면 가족이나 연인끼리만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가족실을 예약하는 것도 좋겠다. 스파월드 이용료 일반 2만5000원, 초등학생 이하 2만원. 가족온천실(3시간) 일반 6만5000원, 특실 11만원. 온천장만 이용할 경우 일반 7000원, 초등학생 이하 4000원(3월1일까지). 경북 울진군 북면 덕구리 575 (054)782-0677 www.duckku.co.kr

>> 특징_ 발목·무릎·종아리·허벅지·허리 등 몸의 각 부위에 물을 분사하는 수(水) 치료 시설 구비. 신경통·류마티스·근육통 등에 좋다.
 
▲ 충남 아산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온천욕과 함께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물놀이 시설을 갖췄다. / 조선영상미디어

강추위도 이곳에선 사랑스럽다 아산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

도고온천은 국내에 드문 유황온천이다. 유황성분이 국내에서 가장 높다고 알려졌다. 뛰어난 수질 덕분에 일찍이 일제시대 온천으로 개발되기 시작했고, 1970년대 대표적 온천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긴 역사는 때론 단점이 되기도 한다. 역사는 '어쩐지 가본 것 같고, 낡았을 것 같다'는 선입견을 도고온천에 씌워놨기 때문이다. 파라다이스 스파 도고는 2년 전 시설을 리모델링하면서 이러한 도고온천의 이미지를 말끔하게 씻었다. 히노키 노천탕과 건식·습식 사우나를 갖춘 온천대욕장은 시설이 호텔 사우나 수준이다.

온천욕과 함께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물놀이시설을 갖췄다. 약 7800평 규모에 최대 5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실내는 봄날, 아니 초여름처럼 따뜻하다. 이곳의 대표적 시설인 바데풀(badepool)이 실내 풀장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압력의 물줄기와 공기방울로 신체 각 부분을 자극해 근육을 풀어주는 풀장이다. 150m 유수풀이 실내와 실외를 이어준다. 수영하듯 유수풀을 따라 바깥으로 이동했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온천탕 주변에 하얀 눈이 듬뿍 쌓여 있다. 춥고 미끄러운 출퇴근길 그리 원망스럽고 못돼 보이던 눈, 따뜻한 탕 속에 몸을 담그고 바라보니 휘핑크림처럼 사랑스럽다.

유수풀 한쪽에 이벤트 스파가 여럿 마련됐다. 겨울에는 진피·당귀·인삼 등 한약 입욕제를 넣은 '건강 한방 이벤트탕'으로 운영된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유아풀'과 '키즈풀'도 실내·외 두루 갖췄으나 아이들이 좋아하기엔 다소 심심한 편이다.

어른 주중 2만9000원 주말 3만3000원, 아동 주중 2만1000원 주말 2만4000원(2월 28일까지). 온천대욕장만 이용할 경우 어른 주중 1만원 주말 1만2000원, 아동 주중 8000원 주말 9000원. 충남 아산시 도고면 기곡리 180-1 (041)537-7100 www.paradisespa.co.kr

>> 특징_ 유황온천수. 유황 성분이 세포의 노화를 막고 호르몬 분비를 왕성하게 해 피부미백·주름개선 효과가 있다. 해독 및 살균 작용으로 만성 피부염·여드름·아토피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끔따끔 피부를 자극하다 제주 산방산 탄산온천

추위를 피해 제주도에 갔다면 산방산 북서쪽에 자리 잡은 산방산탄산온천을 잊지 말자.

이곳의 별명은 '구명수'(鳩鳴水). 물 솟는 소리가 비둘기 소리를 닮았다는 뜻이다. 이곳에서 솟아오른 물을 마시고 주민이 병을 고쳤다는 전설이 내려와 '사람을 구하는 물(救命水)'로 일컫기도 한다. 실제로 탄산온천은 심장천으로도 불리는데, 이는 탄산가스가 피부로부터 흡수되면 모세혈관을 자극해 혈관을 확장시켜 혈액순환을 좋게 해 혈압을 내리고 심장의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탄산수인 만큼 뜨거운 김이 수면 위를 덮는 일반 온천과 다르다. 탕 속에 들어서면 온기 대신 기포가 달라붙어 파스를 붙인 것처럼 피부를 따끔따끔 자극한다. 체온보다 조금 낮은 31도라 처음엔 차갑지만 몸에 달라붙은 기포들이 체온을 유지시켜준다.

2층 온천탕은 절반 가까이 유리로 덮여 있어 산방산과 한라산을 내려다볼 수 있다. 입장료 어른 1만1000원, 중·고등학생 8000원, 초등학생 이하 5000원. 제주도민 어른 7000원, 중·고등생 5000원, 초등생 이하 3000원. 노천탕 별도 3000원(수영복 지참할 시). (064)792-8300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981번지

>> 특징_ 탄산천. 혈액순환을 좋게 하는 중탄산 이온과 유리탄산이 다른 곳과 비교해 최소 수십배 이상 많다.

▲ 전남 담양 '담양리조트온천' 노천탕. / 조선영상미디어

대나무 풍경에 눈의 피로도 사르르 담양리조트온천

히노키 노천탕 옆 대나무에 흰 눈이 쌓여 있다. 온천탕에 풍덩 몸을 담그자 김이 사방으로 퍼진다. 뜨거운 기운이 댓잎에 닿자 눈이 녹아 떨어진다. 피로도 녹아 떨어지는 듯하다.

전남 담양 '담양리조트온천'. 담양온천은 스트론튬 성분이 진하기로 소문났다. 스트론튬은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높다고 알려진 성분이다. 여기에 면역력을 높여주고 피를 맑게 해준다는 게르마늄 성분이 추가됐다. 담양온천은 그러나 온천물에 몸을 담그는 것만큼이나 싱그런 풍광으로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온천지인지 모른다. 삭막한 겨울 풍경 속에서 파랗게 싱싱한 대나무를 보면서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온천지에서 즐길 수 없는 장점이다.

온천 어른 7000원 아동(3세 이상 13세 미만) 5000원, 온천+찜질방 어른 9000원 아동 7000원. 가족여행이라면 '가족탕'도 괜찮다. 별채로 마련된 객실에 히노키탕이 딸려 있다. 가족끼리 오붓하게 3시간 동안 이용 가능하다. 오전 9시~정오 5만원, 오후 1~5시 6만5000원, 오후 6~9시 5만원. (061)380-5111 전남 담양군 금성면 원율리 399 www.damyangspa.com

>> 특징_ 전국평균치보다 3.4배 많은 스트론튬 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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