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하수정기자] "평생 몸 바쳐 일한 임원 내보내고 직원들 임금도 줄이는 마당에 무슨 광고를 하겠습니까. 단가가 높은 방송광고는 아예 엄두도 못 냅니다. 지금은 고객 유치, 외형 확대에 관심 둘 때가 아닙니다. 생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광고계 큰 손이었던 은행업계가 금융위기에 이은 경기 침체 여파로 대고객 홍보 예산을 크게 줄이고 있다. 은행들이 비상경영체제라는 것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올해 광고 홍보 예산을 지난해 보다 30~50%씩 줄였다.
KB금융(105560)지주 소속 국민은행의 경우 홍보 예산을 작년대비 50%나 축소하고 방송 등 광고를 최소화하기로 했다.
우리금융지주(053000)와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경우 은행을 비롯한 계열사들의 방송 광고 예산을 아예 책정하지 못했다. 홍보 예산도 전년대비 각각 30%, 35%씩 깎았다.
외환은행(004940) 역시 2002년이후 7년만에 처음으로 은행과 카드 모두 방송 광고를 하지 않기로 했다. 신한금융(055550)지주는 사회공헌비를 줄이지 않는 대신 광고 예산을 30%이상 줄였다.
방송광고공사가 집계한 지난해 100대 광고주에 신한카드를 포함해 기업은행, 농협, 하나은행, 외환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등 7곳이 들어가 있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방송 광고업계는 `기근 상태`나 다름없다.
올 1월 100대 방송광고주에는 지난해부터 소매 고객 확보를 위해 광고를 확대하고 있는 기업은행(024110)이 63위, 그룹차원에서 이미지 쇄신을 꾀하고 있는 SC제일은행이 67위에 올라있을 뿐이다. 나머지 은행들은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은행 관계자는 "이면지 활용, 에너지 절감 등 자잘한 비용 축소에 이어 희망 퇴직 확대, 지점 통폐합으로 내부 구조조정을 마쳤고 이제는 대고객 홍보 예산까지 축소하게 됐다"면서 "마른 수건도 짜야하는 은행권의 경영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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