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정지훈② "비를 비답게 하는 것은 도전"

이의철 기자I 2008.10.16 12:20:56

"배고픈 고통 안다..팬들의 응원이 내겐 성공이자 보람"
"예의바르고 겸손한 것도 실력..초심 잃고 싶지 않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도 맨손으로 시작할 수 있어"

[이데일리 이의철 논설위원] <가수 비 인터뷰 1편에서 이어집니다>

-본인이 월드스타라고 생각하나.
“언론이 만들어낸 말이다. 물론 월드스타가 되려고 노력한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한국인도 월드스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시아권에서 진정한 월드 스타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은 내가 보기에 딱 두 사람, 성룡과 이연걸이다. 한국인은 왜 월드스타가 될 수 없을까. 능력이 부족해서는 아니라고 본다. 또 굳이 내가 아니라도 상관없다. 여기 성공이라는 문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저 문을 열거나 부수고 나가면 성공이다. 지금의 나를 스스로 평가하면 성공이라는 문에 금은 가게 한 것 같다. 다음 선수가 와서 문을 부수고 나가면 그것도 성공이다. 내 역할을 다 한 것이다. 아직은 월드스타가 아니고 그것을 향해서 가는 중이다”
 


-역시 듣던 대로 예의 바르고 겸손하다.
“신인처럼, 초심을 잃지 않고 싶다. 그것도 사실 실력이다. 미국 나가 보니까 잘 되는 사람일수록 예의바르고 겸손하고 젠틀했다. 미국에서 그것 하나 확실히 배우고 왔다. 마주칠 때 먼저 인사하는 사람은 성공하고 잘 나가는 사람이다. 오늘 처음 뵈었지만 다음에 또 보면 친하게 인사할 수 있다”

-한국에 오랜만에 오니까 어떤가.
“미국에서 너무 치열하게 경쟁하다 왔기 때문에 여기에 오니까 너무 좋다. 마음이 푸근해진다. 방송국에 가면 아시다시피 1번 대기실이라는 게 있는데 가장 좋고 넓은 대기실이다. 예전엔 1번 대기실이 승훈이 형 같은 선배 자리였다. 그런데 이번에 오니까 내가 어느새 선배가 돼 있더라. 1번 대기실도 내게 주고... 지금은 사실 한국에서 더 인기 끌고, 돈 더 벌어야지 하는 생각은 전혀 없다. 팬들이 내 앨범을 즐겨주면 그걸로 만족이다. 미국에서 상처받은 생각하면 한국은 정말 천국이다”

-미국에서 상처받은 얘기 좀 해 달라.
“미국은 정말 무한경쟁이다. 피튀긴다. 전 세계 영화시장에서 한 가닥씩 하는 사람들이 저마다 내가 연기하는 것을 보고 평가한다. 나와 나의 경쟁자를 놓고 판단하는 데, 약간이라도 밀리면 그냥 아웃이다. 제작자와 친하고 감독이란 친하고 그런 것 필요 없다. 당장 계약 파기 당한다. 한국도 경쟁 치열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 내가 처음에 오디션을 볼 때 맨발로 오디션을 봤는데 아무도 관심을 안 가지더라. 그저 키 큰 동양애가 왔구나 하는 정도다. 그런데 그런 무관심이 사람을 처절하게 만든다. 아주 외롭게 만든다. 나중엔 오기가 생기더라. 그래 무관심해라.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주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 때론 이런 어려운 도전을 왜 할까하고 자책하기도 한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다. 지금이 아니면 헐리웃이란 시장에 발을 내딛지 못한다. 나 뿐만 아니라 헐리웃에 가려는 모든 연예인들 마찬가지다.”

-그런 어려움들을 다 극복한 것인가. 지금은.
“어떻게 다 극복할 수 있겠나. 그렇지만 지금은 많이 유연해졌고 부드러워졌다. 예전엔 딱딱했다. ‘난 잘돼야 돼. 처음부터 끝까지 성공해야 돼’라는 의지로 똘똘 뭉쳤다. 그래서 과거엔 바람이 불면 절대 흔들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게 지는 것인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요즘엔 바람이 불면 그냥 지나가라고 비켜준다. 무릎 끓을 때 무릎 끓을 줄 알게 됐다”

-아주 어른스럽게 말한다. 무언가 도를 틔운 사람 같다.
“가끔 이런 생각 해본다. 내가 이루어낸 성공이나 성취, 이런 것들이 한순간에 다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예전엔 그럴까봐 두려웠다. 지금은 아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그만이다. 원래부터 아무 것도 없이 시작했기 때문이다. 내가 잘하는 것은 춤과 노래니까 그것으로 후배들을 가르칠 수도 있고, 뮤지컬 공연을 만들어 볼 수도 있고, 발로 뛰어서 배달도 할 수 있다. 그렇게 마음 먹으니 더 즐길 수 있게 됐다. 노래도 춤도 더 잘 된다”

-성실함과 노력이 트레이드 마크인데, 도대체 왜 그렇게 열심인가.
“배고픈 고통을 너무 심하게 겪어봤기 때문이다. 그런 고통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 지금도 밥 안주면 일 안한다. 내가 시킨 음식을 남과 나누어 먹는 것 싫어한다. 친한 친구라도 ‘한 숟가락만 먹어보자’ 이러면 싫다. 음식에 소심한 것도 배고픈 경험 때문이다(웃음)”


-그런 노력의 동인은 무엇인가.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 하는 원동력 말이다.
“돌아가신 어머님이다. 또 아버님과 여동생 등 가족들이다. 내가 독한 것은 헝그리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난 가족을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인생은 반드시 내가 하는 만큼 돌아온다. 그래서 좀 더 열심히 하자고 다짐한다”

-인생에서의 목표나 꿈은 무엇인가.
“인간으로서의 목표는 좋은 아빠가 되는 것. 가수로서 비의 목표는 비 인생 자체가 노래와 춤이기 때문에 그냥 살아나가면 된다. 또 하나 목표가 있다면 연기다. 연기는 평생을 두고 지향해나갈 목표다. 하면 할수록 도전적이고 어렵다”

가수 비는 휴식의 방법으로 영화를 보거나 수다를 떤다고 했다. 수다의 주제는 여자친구, 사회적인 이슈, 자신에 관한 루머 등이라고. 수다를 떠는 상대방은 차태현 윤계상 박진영 등을 꼽았다.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지만 아직은 없다고 했다. 이상형은 착하고 진실되고 얘기가 잘 통하는 여성이면 된다고.(이런 여성 만나기 쉽지 않다, 편집자주) 자신이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보살펴주는 여성이면 좋겠다고 한다. 어쩌면 비는 이상형으로 어머니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헐리웃에서 추가적인 영화 출연 제의가 있다고 들었는데.
“코믹액션과 멜로 각각 출연 제의 받았다. 코믹액션은 투톱이고 멜로는 조연이다. 워너브라더스 전속으로 있기 때문에 컨설팅도 같이 받는데,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하더라. 닌자 어새신 내년에 개봉해서 잘 되면 시리즈 2 해야 되는데, 코믹액션을 찍으면 이미지가 너무 가벼워지고, 멜로는 주인공이 아니니까 좀 기다려보자고 해서 그러자고 했다. 지금 출연계획은 없는 셈이다”

-혼자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인가. 시간이 나면 무엇을 하는지.
“솔직히 책을 많이 읽지는 못한다. 시간이 나면 춤연습 노래연습을 하니까... 생활에서 나온 스스로의 원칙이고 자세다. 스트레스 받고 외롭고 우울할 때가 있는데 주변을 돌아보면서 내가 이렇게 배부른 불평을 할 때가 아니구나 하는 점을 깨닫는다. 신문 사회면에 어두운 기사 많은데, 그걸 보면서 내가 지금 예전의 힘들고 배고픈 것을 잊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어느 때 가장 행복한가.
“성공했을 때, 성취했을 때다. 난 성공의 맛을 안다. 성공의 맛이란 게 돈을 왕창 벌고 그런 게 아니라, 성취에서 느끼는 행복을 안다는 얘기다. 팬들에게 인기를 얻거나 좋은 평가를 받으면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하다. 그게 보람이고 성취감이다”

-코스닥기업 세이텍을 인수해서 제이튠엔터테인먼트가 됐는데.
“소속사이기도 하고 나도 지분을 갖고 있지만 경영엔 전혀 관여치 않는다. 나는 연예인쪽 네트워크와 퀄러티만 챙기는 것이고 제이튠의 경영이나 구체적인 것은 전문경영인들이 하는 것이니까”

-가수 비가 들었던 본인에 대한 루머중 가장 황당했던 루머는.
“비가 중국에서 자살했다는 루머를 들은 적 있다. 사실 아버님이 먼저 듣고 깜짝 놀라 내게 전화를 해 오셨다. 나로선 황당한 거지만, 가족 입장에선 얼마나 가슴 떨렸겠는가. 루머를 퍼트리는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당하는 사람은 정말 그것 때문에 죽을 수도 있다. 연예인들 공인이라고 사생활 노출되고 그러는데 사실 공인(公人) 아니다. 세금으로 월급받는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공인이다. 연예인들 약한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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