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회사원 정수혜(30)씨는 지난 2월 말 혼자 일본 규슈(九州)로 휴가를 가기 위해 일본 전통여관 료칸(旅館)을 알아보던 중 뜻밖의 난관을 만났다.
"글쎄 혼자 오는 사람은 아예 받아주지도 않는다네요. 설령 받아준다고 해도 2명 요금을 혼자 내고 방을 쓰래요…." 정씨는 "혼자 여행 다니는 사람은 결국 일본 온천 여행을 포기해야 한다는 소리로 들린다"고 한숨을 쉬었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이에게 료칸은 진입장벽이 높은 곳이다. 기본적으로 료칸은 '싱글룸'의 개념이 없는 곳이 대부분. 보통 2명 이상만 예약을 받고 사람 수대로 숙박비를 받는다. 방에 온천이 붙어 있고 저녁엔 가이세키(懷石·일본 고급 정통 요리)를 넣어주는 '괜찮은' 시설의 료칸에 머물려면 적어도 한 사람 당 20만원 이상은 내야 하는데, 혼자 묵는다면 최소 40만원은 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웬만한 특급호텔보다 비싼 가격이다.
왜 한 명은 묵기 힘든 걸까. 일본국제관광진흥기구(www.welcometojapan.or.kr) 홍보팀 유진 대리는 "우리나라 여관에서 혼자 숙박하면 주인들이 꺼리는 이유랑 비슷한 것"이라고 말했다. 쉽게 말해, 혹시나 자살할 마음을 먹을 수 있는 '우울한 손님'을 꺼린다는 것. 1인분 요리를 준비하는 것이 두 명 요리를 준비하는 것과 비슷한 돈과 시간이 들어간다는 것도 기피 이유다.
그럼 싱글은 무조건 료칸 여행을 포기해야 하나? '여행박사'의 이상필 홍보팀장은 "사실 료칸은 돈을 들여서라도 좋은 곳을 가서 극진한 대접을 받는 것이 좋겠지만, 아쉬운 대로 유후인 지역에 있는 '마키바노이에' 같은 료칸에서 18만5000원 정도의 두 명 숙박비를 내고 묵어도 괜찮다"고 말했다. 그래도 비싸다고? 별 수 있나. 그냥 포기하거나 온천을 끼고 있는 스키장의 비즈니스 호텔을 알아보는 수밖에. 싱글족이 많아진다고 요금을 내린다면 그건 이미 '전통'을 고수하는 료칸이 아니란 소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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