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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 또는 잠재 파산자 최대 230만명

강종구 기자I 2005.12.29 13:00:00

개인파산 신청 올해 3만명, 내년 7만명으로 급증 예상
파산전담 법원 신설 등 검토해야

[이데일리 강종구기자] 실제로는 파산했지만 파산신청을 하지 않은 비공식 파산자가 최대 112만명에 이르고 파산신청을 하는 것이 오히려 낫지만 하지 않은 잠재 파산자만도 최대 12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 비공식 파산이나 잠재파산에 빠진 개인들이 시차를 두고 개인파산 신청을 할 것으로 보여 내년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올해 3만여명, 내년에는 7만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3년 이후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가계부채 문제가 개인파산 문제로 전이되는 양상이다.

29일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은 29일 `최근의 개인파산 급증현상과 정책과제`란 보고서에서 지난해말 신용불량자수 361만명을 기준으로 할 때 비공식파산자가 43만~112만명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비공식 파산이란 실질적인 파산상태에 있으나 법원에 공식적인 파산을 신청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하며 지난해 전체 신용불량자 수의 12~31%를 차지한다. 지난해 개인파산을 신청한 건수에 비해 무려 36배에서 93배에 이르는 수치다.

파산신청을 해서 얻는 금전적 편입이 비용보다 커서 파산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은 잠재 파산도 전체 가구의 2~7%에 해당하는 30만~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파산신청자중 20% 정도는 배우자와 함께 파산하는 가족파산인 점을 감안하면 잠재파산의 규모는 36만~120만명으로 확대될 수 있다.

잠재파산은 자력상환이 불가능한 43만~79만명이 비공식적인 파산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중 금융기관 직원들이 상환불능자로 판단한 지난해 4배가 넘는 7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이 엄청난 비공식 파산 또는 잠재파산 규모는 결국 이미 발생한 신용불량자중 상당수는 실질적인 파산상태에 있고 앞으로 개인파산 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개인파산은 앞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유경원 한은 금융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 과장은 "올해 개인파산 신청건수를 3만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7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지난 99년 505명, 2001년 672명에 불과했으나 2002년 1335명으로 배로 늘었고 2003년엔 3856명, 지난해 1만2317명으로 급증 양상을 보여 왔다.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1만6978명을 기록했다.

유 과장은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가계부채의 건전성이 취약한 반면 개인파산 신청건수는 상당히 적은 편"이라며 "이는 개인파산 신청이 경제적 요소 이외에 사회나 제도적인 요인 등으로 인해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상당한 잠재파산 규모를 고려할 때 개인파산 문제는 지난 3년간의 가계부채에 이어 또다시 우리경제의 악몽이 될 위험마저 제기되고 있다. 경제나 사회 전반에 있어 우리 경제가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우선적으로 잠재 파산 규모를 서둘러 축소하는 것이 긴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테면 저소득층을 위한 장기 적립식 금융상품과 자산형성을 위한 목적형 투자에 대해 세제혜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 과장은 "저소득층의 자산형성을 지원하고 상환능력을 실질적으로 상실한 잠재파산계층에 대해서는 공적 채무조정절차가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파산급증에 대비해 개인파산과 회생을 전담할 법원과 이를 지원할 `파산관리청(가칭)`의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며 "금융회사들은 손실 급증에 대비해 위험관리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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