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수연기자] 지난주에 기자는 기사 한편에 대해 엄청난 항의를 받았습니다. 문제가 된 것은 요즘 잘 팔린다는 CI보험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한 보험관련단체가 소비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한 내용이었는데, 요컨대 `암보험이나 건강보험과 비슷하다고 오해해 CI보험에 가입하는 이들이 많은데, CI보험은 그게 아니다, 암보험 등과 달리 진단이나 가벼운 치료만으로는 보험금이 나오지 않고, 보험금 받는 경우의 수가 훨씬 적다`는 게 골자였죠.
이 기사가 나간 뒤 보험사측은 물론이고 일선에서 영업하시는 분들의 항의나 호소가 제 이메일함이 터져라 몰려들어 왔습니다.
기자가 이 기사로 전달하고 싶던 메시지는 `보험금이 잘 안나오니 나쁜 보험`이라는 얘기가 아니었습니다. `건강보험과는 전혀 다른데도 많은 이들이 이를 구분하지 않고 있으니 정확히 아셔야 한다`는 거였죠. 죄(?)가 있다면 CI보험 자체가 아니라 제대로 모르고 있는 보험소비자나, 대충 판매한 판매사(판매인 교육을 철저히 하지 않은 보험회사나 또는 정확히 설명하지 않은 설계사)쪽에 물어야 하는 겁니다.
보험사측의 항의야 그렇다 쳐도, 일선 설계사분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영업이 안된다, 당신이 책임질거냐”라든가, “고객들이 갑자기 CI보험을 마구 해약하고 있다”며 호소해 올 때는 가슴도 아프고 인간적인 갈등도 상당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보험 판매도 가입도 정확하고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요. `보험금 안나온다더라`며 쉽사리 해약하는 행위 역시 충동적으로 가입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정말 필요해서 잘 알고 가입한 거라면 그렇게 해약해서도 안되는데 말입니다.
어쨌든 이 일을 계기로 CI 보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칠게 요약하면, CI 보험은 정말 심각한, `큰 병`에 걸렸을 때를 대비하는 보험입니다. 그러니까 암에 걸렸다고 해도 초기에 치료되는 암 진단이 나오는 경우에는 보험금이 안나옵니다. `암에 걸려도 CI보험금이 지급되는 경우는 10%도 안된다`는 말은 그래서 나온거죠.
그럼 머리아픈 것을 잠깐 참기로 하고 과연 이 치명적 질병이라는게 뭔지 좀 볼까요. 일반적으로 CI보험에서 보장하는 큰 병은 뇌졸중, 양성 뇌종양, 실명, 발성상실, 골수이식, 사지절단이나 사지마비 등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병들입니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심근경색 부분을 볼까요. 국내 CI보험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한 보험사는 CI보험이 보상하는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을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중대한 급성심근경색증이라 함은 관상동맥의 폐색으로 말미암아 심근으로의 혈액공급이 급격히 감소되어 전형적인 흉통의 존재와 함께 해당 심근조직의 비가역적인 괴사를 가져오는 질병으로서 발병 당시 2가지 특징 (전형적인 급성심근경색 심전도 변화가 새롭게 출현, CK-MB를 포함한 심근효소의 발병당시 새롭게 상승)을 모두 보여야 합니다...안정협심증, 불안정협심증, 이형협심증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협심증은 보장에서 제외합니다...위의 2가지 특징을 기초로 하지 않고 진단된 심근의 미세경색이나 작은 손상은 보장에서 제외합니다...>
정확히는 무슨 얘긴지 모르겠지만 보통사람들의 용어로 대략 바꾸면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급성심근경색을 보장한다`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보장하는 질병 중 발성상실에 대해서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말 또는 씹어먹는 기능을 완전 영구히 잃었을 때를 말하며...말 기능을 영구히 잃어버린것이란 구순음 치설음 구개음 후두음 중 3종류 이상의 발음이 불가능하고 그 회복이 되지 않는 경우...뇌언어중추 손상으로 인한 실어증...씹어먹는 기능을 완전영구히 잃은 것이란 물이나 유동식 외에는 섭취할 수 없는 상태로 그 회복이 불가능한 경우...>
이정도면 충분하겠죠? 이밖에도 이 보험사의 안내 책자는 약 20여 페이지에 걸쳐 어떤 병이 어느 정도 중증일때 보장되고 보장되지 않는지에 대해 줄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보험사가 이렇게 하고 있지 않다는데 있습니다. 기자가 여러 보험사의 CI보험 상품 안내장을 찾아 본 결과, 치명적 질병에 해당하는게 정확히 뭔지 상세히 알린 보험사는 몇 군데 되지 않았습니다. 상품 설명서엔 대개 약관을 참조하라 등으로 돼 있지요. 하지만 흘낏 보기만 해도 골치가 아픈 그 낯선 의학 용어들을 잘 살펴보지 않는게 누구나 다 마찬가지고, 그러다 보니 대충 가입하게 되는 거죠.
마지막으로 사족같지만, 이 보험의 이름을 외국식으로 `CI보험`이라 하지 말고 `중환보험` 정도로 이름을 붙였으면 오해를 줄이는데 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