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이진우기자]"싱가폴이 첫 번째 해외 진출국이 될 것입니다. 대만, 홍콩도 유력한 지역이고 중국도 아직 여러 가지 준비해야 할 점이 있지만 상당히 잠재력있는 시장인 것은 분명합니다."
오종택 인선이엔티 사장(사진)은 28일 edaily와의 인터뷰 시간 대부분을 해외사업과 관련한 구상을 설명하는데 쏟아부었다. 국내시장은 어떠냐는 질문에는 그저 "국내시장에서는 경쟁자가 없다"고 간단히 일축해버리는 식으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해외시장에 눈길을 돌리는 이유중 하나가 국내 건축 폐기물 처리시장에서는 뛰어난 기술력에 합장하는, 차별화된 대접을 받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인선이엔티가 아직 불모지에 가까운 싱가폴의 건축 폐기물 처리 시장에 진출하면 싱가폴의 폐기물 처리는 자연스럽게 인선이엔티의 기술기준에 따르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 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기술이기 때문에 다른 외국기업들이 따라올려면 부담스런 진입장벽이 될 겁니다."
60년대 "하꼬방"같은 벽돌집에서부터 초현대식 고층 건물들이 혼재한 한국의 건축상황 덕분에 인선이엔티의 폐기물 처리기술은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통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인선이엔티는 건물을 철거할 때 쏟아져 나오는 석재 폐기물 속에서 모래와 자갈을 분리해내 재활용할 수 있게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는 기업. 모래와 자갈에 물과 시멘트를 섞어서 건물을 지어올리는 것이 건설회사들의 몫이라면 그 건물을 해체한 폐허조각들을 모아다가 물로 씻어내어 모래와 자갈을 다시 분리해내는 것이 인선이엔티의 사업분야다.
건물철거 후에 나오는 건설폐기물은 그 자체로 골칫거리다. 대부분 그냥 땅에 묻거나 바다에 매립하는 게 일반적이다. 비교적 깨끗하게 처리하는 방식이라고 해도 일정한 장소에 모아서 묻는 정도다.
인선이엔티는 이런 건축물 쓰레기들을 제품의 원료로 삼는다. 그래서 제품의 원료를 가져오면서도 오히려 돈을 받고 가져온다. 그리고 그 쓰레기들 속에서 자갈과 모래를 분리해서 그것을 돈을 받고 판다.
오 사장은 "그런 폐기물을 재처리해서 나오는 자갈과 모래가 건축업자들에게는 바닷가에서 나오는 천연자갈, 모래보다 더 인기"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대부분 자갈과 모래에 염분이 섞여있어 시멘트와 배합할 경우 강도가 떨어지지만 건축 폐기물에서 나오는 자갈 모래는 염분도 빠져있고 배합시 필요한 시멘트의 양도 적어 건축업자들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시범생산중인 골재와 모래를 본 건축업자들이 서로 가져가겠다고 줄을 서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주로 건축폐기물 수거 사업에서 수익을 냈지만 내년부터는 재생골재 사업이 캐쉬카우가 될 것입니다."
오 사장은 콘크리트 덩어리에서 모래를 뽑아내는 이 공장을 직접 설계했다. 국내의 건축 폐기물이 갖는 독특한 특성 때문에 외국의 기계나 장비들은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수백장의 설계도를 이리저리 고치고 바꿔가며 직접 만들었다.
"모두 설계를 마치고 나니 이번에는 기계를 만드는 업자들이 도저히 못 만들겠다고 나오더군요. 만들기 어려워서가 아니라 자기들은 아무리봐도 모래가 안나올 것 같아 안되겠다는 겁니다. 다 만들고 나서 모래가 안나오면 인선이엔티는 망할 것이고 결국 자기들이 기계값을 못 받지 않겠느냐는 거지요. 회사가 망해도 당신들 기계값은 제일 먼저 주겠다고 몇 번의 약속을 한 끝에 만들어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에 자리잡은 인선이엔티의 사업장은 하루에도 수십대씩 드나드는 레미콘과 트럭으로 분주하다. 지난 여름에 새로 지은 재생골재 생산라인에는 시범 생산중인 모래와 자갈들이 쉴새 없이 쏟아진다. 다른 한쪽 구멍에는 비닐과 콘크리트가 뒤범벅된 폐기물로 쏟아부어지고 또다른 곳에서는 깨끗한 모래와 자갈이 흘러나오는 모습은 보기에도 신기할 정도다.
특히 내년부터 환경부가 추진중인 재생골재 사용 의무화 법안이 도입되면 지금까지 공사현장에서 그냥 땅에 묻어버리던 건축 폐기물들이 모두 인선이엔티 같은 재생골재 공장으로 몰려들게 되어 그 역할이 더욱 돋보이게 된다.
인선이엔티는 최근 들어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다양한 주가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순이익의 30%를 매년 배당하겠다는 확정배당제도 내놨고 배당비율도 대주주 70, 소액주주 30%로 되어 있는 지분율을 따르지 않고 반대로 대주주 30, 소액주주 70의 비율로 배당하기로 했다. 그것도 못 미더워서 매 분기 회계법인으로부터 실적 감사를 받기로 했다. 벤처기업들 가운데는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오 사장은 "인선이엔티의 투자자들이 반드시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기초작업"이라며 "시가를 기준으로 한 배당수익률도 최소 10% 이상"이라고 말했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오 사장이 이처럼 회사 주가와 배당에 관심을 쏟는 것은 이 회사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는 주주가 한 명도 없어야겠다는 일종의 자존심 때문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많은 코스닥기업들이 사업다각화니 신규사업 진출이니 하며 업종변경을 시도하고 있지만 오 사장은 "재생골재 사업에서 승부를 보겠다"며 이같은 유혹을 일축했다. 이 분야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갖고 있기도 하고 이 분야가 정말 돈이 되는 사업이라는 확신도 들기 때문이지만 무엇보다 이 분야가 후손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는 가장 윤리적이고 거룩한 사업이라는 신념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오 사장이 그의 신념대로 인선이엔티를 정말 돌멩이같이 단단한 회사로 키워갈지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도 좋은 흥밋거리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