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상황을 바꾸고 있지만 반드시 좋은 방향만은 아니다. AI 코딩 에이전트의 등장으로 누구나 손쉽게 부동산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실거래가, 건축물대장, 등기부등본 같은 공개 정보를 수집해 AI로 정리하면 하루 만에 그럴듯한 서비스가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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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은 다른 산업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첫째, 모든 부동산이 고유하다. 같은 단지와 평형이어도 물건마다 다르므로 숫자로 단순 비교할 수 없다. 둘째, 지역마다 규칙이 다르다. 강남과 강북의 시세 형성 논리, 재개발 지역과 일반 지역의 판단 기준이 모두 다르다. 셋째, 개인은 평생 몇 번 집을 사고팔지 않는다. 그래서 경험이 축적되지 않는다. 넷째, 정보가 비대칭이다. 중개인과 매도인은 고객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
이들이 겹치면서 부동산의 진짜 지식은 문서로 기록되지 않는다. 이렇게 문서로 기록되지 않은 경험을 암묵지, 데이터와 문서로 정리된 지식을 형식지라고 한다.
부동산의 진짜 지식은 대부분 암묵지다. 중개인의 머릿속에만 남기 때문이다. 프롭테크 회사들은 가격 추정에서 일정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거래 판단 자체를 대체하지는 못하고 있다. 거래를 좌우하는 그 중요한 경험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지 않아서다.
경험을 명확한 규칙으로 만드는 과정
부동산 서비스가 고객을 진정으로 도우려면 중개인의 암묵지를 형식지로 바꿔야 한다. 어떻게 할까. 먼저 중개인들에게 직접 물어본다. 거래 과정을 함께 되짚어보고, 판단의 이유를 듣고, 함께 토론한다. 이렇게 머릿속 경험을 밖으로 꺼낸다.
다음으로 그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실거래가와 호가, 체결 기간을 모아 중개인의 ‘감’을 통계로 분석한다. 등기부와 건축물대장을 분석해 위험 요소를 체크리스트로 만든다. 지역별로 달라지는 협상 패턴을 사례 중심으로 정리한다.
마지막으로 과거 거래 데이터로 검증한다. 전문가에게 다시 물어보고, 실제로 맞는지 확인한다. 이 과정을 통과한 지식만 서비스에 반영해야 한다.
주목할 점은 이 일이 과거보다 훨씬 쉬워졌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수백 명과의 인터뷰를 손으로 기록하고 정리해야 했다. 지금은 AI가 그 작업의 상당 부분을 대신한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의 도움을 받아 훈련한 신입 실무자들이 전통적 방식으로 배운 집단보다 실무 역량 평가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점수를 받았다. AI가 숙련자의 암묵지를 형식지로 바꿔 전수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AI를 쓰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공공데이터를 모아 서비스를 빠르게 만드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사람의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신뢰받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다. 첫 번째 방법은 이미 많은 회사가 경쟁하고 있다. 하지만 두 번째 방법에 진정으로 도전하는 회사는 아직 많지 않다.
부동산 시장이 투명해지고 고객이 신뢰하는 서비스가 되려면 시장 곳곳에 흩어져 있는 중개인들의 경험과 지식을 체계적으로 모아 명확한 규칙으로 정리해 나가야 한다. 고객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데이터가 의미하는 바를 아는 중개인의 판단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AI 시대에 부동산 서비스가 경쟁력을 갖고 발전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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