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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건물의 85%만 정비구역 내에 있고 15%는 정비구역 밖에 있는 경우에도 건물 전체에 대한 매도청구권 행사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정비구역에 포함된 부분의 위치나 기능, 전체 면적 대비 비율, 정비구역에 일부만 포함된 경위 등 구체적 사정을 개별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동안 하급심 법원은 “토지나 건물이 정비구역 경계에 걸쳐있어 정비구역에 속한 부분만 매도청구를 인정하면 건물주에겐 일부 철거뿐만 아니라 나머지 건물 처리가 애매해져 결국 나머지도 사실상 매도를 강제하게 돼 사유재산권을 제약할 우려가 있다”며 매도청구권을 매우 소극적으로 인정해왔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이러한 기존의 태도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한 접근을 취했다. 재판부는 정비구역에서 제외된 부분이 매우 경미하거나, 그 부분이 정비사업의 핵심 기반시설로 제공되어야 할 경우 등에는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재건축·재개발 사업 진행 시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던 ‘경계에 걸친 건물’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이 문제로 인해 사업 진행에 차질이 빚어지고 조합과 건물주 간 분쟁이 잦았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판결은 향후 유사한 사례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판결은 ‘법원이 정비구역에 포함된 부분의 정비구역상 위치나 기능, 전체 면적 대비 비율, 정비구역에 일부만 포함된 경위 등 구체적 사정을 개별적으로 고려해 매도청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향후 유사 사건에서 법원이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원고 측 대리인인 김용우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정비사업의 진행에 있어서 그간의 불합리한 부분을 해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번 판결로 재건축 사업 진행이 보다 원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향후 대법원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