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군 절반 "軍성폭력 심각"…인권위 '성범죄 가중처벌' 권고

김성훈 기자I 2017.12.21 09:23:36

인권위, 군대 성폭력 인권침해 직권조사 발표
술에 취해 일어난 범죄라며 선고유예 사례도
군내 성폭력 심각 응답 47.6%…매우심각도 6.5%
성폭력 범죄 전담 수사관제 강화 등 정책 권고

국방부 청사 전경 [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군대에서 성폭력을 저지른 군인에게 일반형법을 적용해 피고인 신분을 유지해 주거나 술에 취해 일어난 범죄라며 선고를 유예한 사실이 드러났다. 군대 내 성폭력을 당한 여성 부사관들은 장기 복무심사 과정에서 성폭행 피해 발생 빈도가 높다는 사실도 조사됐다. 여군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군대 내 성폭력이 심각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국가인권위(인권위)는 군대 내 성폭력 사건 처벌 직권조사를 거쳐 국방부 장관에게 군대 내 성폭력 사건 정책·제도 개선을 권고한다고 21일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5월 발생한 여군 대위 사망사건을 계기로 11명으로 이뤄진 조사단을 구성했다. 이후 육·해·공군 법무실 및 국방부 검찰단 등을 찾아 여군 성폭력 사건 기록 및 판결문 173건에 대한 징계기록 등을 확인했다. 조사단은 인권위가 지난 2013년 내린 여군 인권증진을 위한 정책 권고의 이행실태 점검과 현역 여군들에게 설문조사도 벌였다.

직권조사 결과 2014년부터 올해 6월까지 성폭력 사건 피해자 부사관 가운데 하사는 80%로 나타났다. 장기복무심사 과정에서 성폭행 발생 빈도가 높게 나타났다는 게 인권위 측 설명이다. 육·공군본부 소속 장성급 비서인 행정지원관 전원이 여군부사관으로만 운영하는 사실도 밝혀졌다.

조사단은 현역군인에게 일반형법을 적용해 피고인 신분을 유지해주거나 군형법상 강제추행 등으로 적용할 수 있는 사건을 성폭법으로 적용한 사례, 취중 우발 범죄라며 선고를 유예한 사건 등 부적절한 사건 처리도 다수 발견했다.

실제로 군사법원이 선고한 전체 성폭력 사건 가운데 피해자가 여군인 사건의 선고유예 비율은 10.34%로 일반법원(1.36%)보다 8배 가까이 높았다.

조사단은 이밖에 국방부 내 여군정책과를 국방여성가족정책과로 부서명을 바꾼 뒤 보건복지관 소속으로 편제를 바꾼 사실도 확인했다.

여군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성폭력에 대한 불안감도 적지 않았다.

조사단이 육·해·공 여군 1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군대 내 성폭력이 심각하다는 답변이 47.6%(81명)로 가장 많았다. 매우 심각 6.5%(11명)이라는 답변을 더하면 절반을 웃도는 수치다. 반면 심각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 1.2%(2명)에 그쳤다.

피해 상황에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로는 △피해 사실을 여러 사람이 알리기 싫어서(7.6%) △장기선발, 계속근무 악영향(5.3%) △대응해도 소용없음(4.1%) 순이었다.

인권위는 군대 내 성폭력 사건 예방을 위해 △군판사·군검사 인사 독립성 확보 △성폭력 범죄 전담 수사관제 강화 △성폭력 범죄 양형 기준 별도 마련 △국방부 내 성폭력 전담부서를 설치 등을 담은 정책 및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군대에서 안타까운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군 관계자들의 노력과 권고 이행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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