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론을박' 中企 적합업종을 바라보는 4가지 시선

김성곤 기자I 2013.11.26 11:21:55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통상임금, 일감몰아주기 과세, 근로시간 단축, 중소기업 기준 범위 개편 등 재계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중소기업 적합업종 논란이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지난 2011년 중기 적합업종 제도 도입 당시부터 날선 공방을 벌여왔던 대·중소기업계는 최근 적합업종 존폐를 놓고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내년 하반기 적합업종 재지정 여부에 따라 양측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여론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힘겨루기도 팽팽하다.

◇전경련 “적합업종은 이미 실패한 제도..폐지 검토해야”

대기업은 중소기업 보호·육성을 명분으로 내건 적합업종 제도가 실효성을 잃었다는 판단이다. 산업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폐지했던 고유업종제도를 사실상 부활한 것으로 우량 중소·중견기업의 성장 회피는 물론 외국기업의 시장점유 확대 등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임상혁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약자 보호와 중기 육성을 내걸었던 참여정부가 왜 중기 고유업종 제도를 폐지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며 “적합업종 제도는 실패한 고유업종 제도의 재판”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일부 중기업계와 정치권의 법제화 움직임과 관련, “WTO나 FTA 규정에 위배되고 통상마찰 우려가 크다”며 “무리하게 법제화에 나설 경우 관련 산업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경련은 특히 내년 하반기 적합업종의 재지정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임 상무는 “적합업종이 추가로 재지정되면 최장 6년의 기간이 걸린다”며 “해당산업의 경우 글로벌 경쟁을 따라갈 수 없는 구제불능의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경련 측은 “적합업종의 폐지가 쉽지 않다면 중기 육성 또는 산업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은 부분을 중심으로 적합업종 품목을 최소화하거나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회 “적합업종 폐지되면 경제민주화 불씨 완전 소멸”

중기업계는 대기업의 적합업종 무력화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적합업종 제도는 대기업의 무분별한 시장 장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보호를 위한 마지막 안전장치라고 주장했다. 중기업계는 내년 하반기 적합업종 재지정을 앞두고 대기업이 제도 폐지를 위한 여론몰이에 나선 것 아니냐며 의혹을 거두지 않고 있다.

조유현 중기중앙회 정책개발본부장은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총 100개 품목 중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5개 안팎에 불과하다”며 “이를 가지고 적합업종 폐지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지나친 침소봉대다”며 “동반성장의 기본 정신을 허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기업계에서는 적합업종이 무력화될 경우 경제민주화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오히려 대기업이 합의사항을 위반했을 경우 보다 실효성 있는 제재조치가 필요하다며 적업합종 제도의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중기 일각에서 제기되는 적합업종 법제화 논의에는 WTO(세계무역기구)와의 통상마찰 등을 우려, 신중한 반응이다. 중기업계 내부에서도 제조업 분야는 법제화 요구가 크지 않은 반면, 상대적으로 상황이 열악한 유통·서비스 등의 분야에서는 법제화 목소리가 높다.

◇동반위 “적합업종 적용기간 불과 2년..아직은 더 지켜봐야”

동반성장위원회는 적합업종 논란과 관련, 어떤 식으로든 변화는 시기강조라고 밝혔다. 적합업종 제도의 시행 기간이 2년에 불과해 아직 구체적인 데이터도 없는 만큼 존속 또는 폐지 문제를 논하기는 성급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적합업종 제도는 대·중소기업의 역할 분담이 분명하고 3년이라는 일몰 기간이 있는 만큼 고유업종 제도와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분명하게 강조했다.

정영태 동반성장본부장은 “시행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제도를 바꾸자는 건 단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적합업종 지정을 2011년 말에 했기 때문에 내년 초가 돼야 적합업종 운영과 관련한 2개년도의 수치와 결과가 나온다”며 “그 데이터를 가지고 내년 하반기 적합업종 재지정에 앞서 논의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다만 적합업종 재지정 기간을 전후로 현재와 같은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기업은 확장 자제 조치 등이 성장을 가로막는다는 점에서 수용불가 입장을 내비치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대기업이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지 않지만 크게 효과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본부장은 내년 하반기 적합업종 재지정과 관련,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논란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양측이 합의할 수 있도록 동반위 차원에서 차근차근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자율준수·중소 자구노력 필요”

임채운 서강대 교수는 중기 적합업종에 대한 대기업의 무력화 시도 및 중소기업계의 법제화 움직임을 모두 비판했다.

전경련을 중심으로 대기업의 무력화 시도는 동반위의 적합업종 정책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LED조명, 재생타이어, 외식업 등 대기업이 나간 자리에 외국계 기업이 진출했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외국계 기업이라서 적합업종 지정에서 유예된 게 아니라 대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 또 적합업종의 법제화 시도는 과거 고유업종 제도로 회귀하는 것이라며 WTO 규정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ISD(투자자 국가소송제) 조항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채윤 교수는 “중기 적합업종 제도를 시작한 지 겨우 2년 반 정도다. 3년 주기는 돌고 나서 효과나 타당성 등을 조사한 뒤 없애든지 강화하든지 해야 할 것”이라며 “적합업종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기업의 자율적 준수 노력과 중소기업의 자구 노력이 동시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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