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성문재 기자]중국의 자금 경색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이 시장 기대와는 달리 자금을 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금융시장의 만기 1개월 이하 콜금리가 2% 포인트 이상 급등해 역대 최고 수준인 8%에 근접했다고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국 콜금리가 2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자금경색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같은 유동성 부족은 인민은행이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주입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FT는 지적했다. 당초 중국정부가 시장에 대규모 돈풀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은행들이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중국 콜금리는 지난 10~12일 단오절 연휴 전부터 상승했다. 현금 수요가 일반적으로 연휴 전에 증가하기 때문이다. 은행과 애널리스트들은 연휴 이후에는 금리가 다시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인민은행은 예상과는 달리 돈풀기에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 18일 시장에서 20억위안(약 3730억원)을 거둬들였다.
CNC자산운용의 나리우는 이에 대해 “인민은행이 ‘그림자 금융’ 등 숨어있는 신용거래 확대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신용거래는 지난해 20% 성장한데 이어 올들어 22~23% 증가했다. 재무제표상에 기록되지 않은 그림자 금융이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왕타오 UBS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은 신용거래 성장율을 17~18% 수준으로 낮추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예기치 않은 유동성 경색으로 은행간 무질서한 디레버리징(차입 청산)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중국의 유동성 문제가 단기적 현상이라고 내다봤다. 홍콩 베른슈타인리서치의 마이크 워너 애널리스트는 “중국은행들이 회계연도 상반기 마감에 맞춰 당국의 규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예금과 자본 등을 충분히 확보하려고 하고 있다”며 “오는 7월에는 이같은 자금 압박이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