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도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첫 내각 인선인 6개 부처 장관 내정자들에게 땅 투기·편법 증여 등의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에 이어 장관 내정자들도 비슷한 논란이 재연되면서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에 대한 비판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MB내각과 의혹이 같다”며 공세에 나섰다.
◇또 터진 땅투기·편법증여 의혹
황교안 법무부장관 내정자의 부인과 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는 땅 투기 의혹에 휩싸였다. 황 내정자의 부인인 최 모씨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 지역의 대형아파트(전용면적 164.24㎡)를 1999년 3억 8000여만원에 분양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지지역은 2000년대 중반 서울 강남구 등과 함께 ‘버블 세븐’지역으로 불릴 정도의 대표적인 부동산 투자처다. 최 씨는 이 아파트의 준공시점이던 2002년 11월에는 아파트를 담보로 2억 160만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황 후보자가 실제 거주할 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 했으나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이사를 못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황 내정자 부부는 지금까지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고 수지지역의 아파트는 전세를 줬다.
김병관 국방부 장관 내정자는 실제 거주할 의사 없이 재건축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내정자는 2000년 4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아파트(98.56m²)를 사들였다. 이 아파트는 2000년대 초반까지 재건축 논의로 투기 열풍이 불었던 곳이다. 김 내정자는 이 아파트에 거주하지 않고 부인 명의로 되어 있던 동작구 노량진동의 아파트에서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내정자 측은 “배우자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평일에는 이 아파트에 살다가 주말이면 양구 2사단의 군 관사로 오곤 했다”고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또 경북 예천군 임야 구입 과정에서의 편법 증여 의혹을 인정하고 증여세를 뒤늦게 납부했다. 김 내정자는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경북 예천 용문면 임야 2필지는 1986년 후보자 장인이 후보자의 배우자에게 구입해주면서 장남과 공동명의로 등기한 것”이라며 “당시 야전에 근무하는 관계로 증여세 납부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였으나 이번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미납 사실을 확인하고 오늘자로 납부(52만원)했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가 증여세를 납부한 것은 구입 후 28년 만이다. 김 내정자는 이밖에도 경력과 무관한 기업의 사외이사직에 선임되어 부실하게 활동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내정자도 2005년 장인에게서 매입한 경기 가평군의 땅이 의혹에 휩싸였다. 유 내정자는 “장인이 명의 이전을 원했다”고 설명했지만 딸에게 증여한 것이 아닌 사위에게 매각했다는 점이 의혹의 주 대상이다.
◇박근혜 ‘보안인사’ 또 논란.. 민주 “MB때와 같아”공세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에 이어 장관 내정자들까지 논란에 휩싸이면서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이 다시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게 되었다. ‘보안’을 중요시하다 보니 ‘검증’에 소홀해 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통합당은 장관 인사청문회를 담당하는 소관 상임위 간사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하고 공세에 나섰다.
박기춘 원내대표는 15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각종 의혹이 늘어가며 기대가 우려로 바뀌는 것이 사실”이라며 “의혹의 카데고리 역시 MB내각때의 4대 필수과목(병역비리·세금탈루·위장전입·부동산 투기)과 같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이날 KBS 라디오에 출연한 자리에서 “취임 열흘 밖에 남지 않았는데 도승지 하나 임명을 못하고 있는 것이 ‘깜깜이·나홀로’ 인사의 결과가 아닌가”며 “박 당선인이 좀 폭넓게 국민과 언론, 참모 및 여야와 함께 논의하는 그런 국정을 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