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정국 불안의 중심에 서 있던 베를루스코니의 사임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이탈리아의 재정난 우려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하지만 선장을 바꾼다고 해서 지금의 상황이 쉽게 나아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맞선다.
◇ 정권 지도력 강화..경제개혁 가속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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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파로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이탈리아 신용등급을 강등했고,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위험 경계선인 7%에 육박하게 됐다. 주변의 사임 압박에 꿈쩍도 하지 않던 베를루스코니는 금융시장이 국가 부도 위기론을 이끌어내자 결국 자리를 내놓을 수 밖에 없었다.
리더십을 잃은 베를루스코니가 퇴진함으로써 정치권 판도에 큰 변화가 오겠지만 여야 모두 재정난을 벗어나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는 만큼 난국 타개에 힘을 모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이탈리아의 재정위기 우려의 바탕에는 당장 유동성 부족 가능성보다는 정권의 지도력 약화에 따른 경제개혁 추진 미흡과 경제성장 부진에 대한 실망감이 있었던 만큼 정국이 안정되면 우려 역시 상당 부분 걷힐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탈리아 재정의 신뢰 회복을 이끌 총리 후보로는 마리오 몬티 밀라노 보코니대 총장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몬티 총장은 경제 관료 출신으로 여야의 고른 신임을 받고 있다. 과거 유럽연합(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 부채증가가 성장 앞서..긴축안 실행도 과제
국제사회의 문제아로 지목됐던 베를루스코니가 물러나는 것은 호재가 분명하지만 이탈리아 경제의 앞날은 여전히 험난한 상황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의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18%에 달한다. 이는 그리스의 142.8%에 이어 유로존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 취약한 경제는 더 문제다. 이탈리아의 경제성장률은 지난 15년간 평균 0.75%에 그칠 정도로 부진하다. 이에 부채 증가속도가 성장률을 앞설 지경에 이르렀다.
게다가 이탈리아의 국채 수익률은 6%를 넘어 7%에 근접했다. 국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에 의존해 온 이탈리아로선 앞이 깜깜할 노릇. EU 정상들은 이탈리아의 숨통을 틔워줄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에 합의했지만 이탈리아가 그 혜택을 받기 위해선 뼈를 깎는 긴축정책이 불가피하다. 그 과정에서 그리스처럼 국민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의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베를루스코니 이후 들어서는 차기 정권이 과감한 경제구조 개선과 함께 금융시장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