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호식기자] "이러다가 새 정부와 코드도 딱딱 못맞추는 기업으로 찍히는 거 아닌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최근 물가안정 기치를 들고 나오자 CJ그룹을 포함한 일부 기업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최근 잇달아 밀가루 값을 올렸던 CJ제일제당(097950)으로서는 일부 언론이 물가급등 보도에서 회사 이름까지 직접 거론하자 곤혹스런 분위기다.
반면 일찌감치 PL상품(자체 브랜드 상품) 등을 대거 늘려 "물가안정에 주력하겠다"고 공개선언했던 신세계(004170) 이마트는 표정관리중이다. 새 정부 경제정책 코드와 잘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새 정부 경제정책 코드에 따라 기업들이 웃고 울고 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과 궤들 같이 할 수 없는 경영환경에 처한 기업들은 "행여 미운털 박히는 것 아니냐"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반면 새 정부 정책과 흐름을 같이 하고 있거나, 같이 할만한 여유가 있는 기업은 느긋한 모습을 보이는 등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음식료 유통업계. 소비자물가가 지난 12월 전년동기 대비 3.6% 상승해 3년2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정부와 인수위측은 물가관리 태스크포스팀을 가동하는 등 방어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 국제 곡물가격 급등에 따라 CJ제일제당, 롯데, 오리온(001800), 농심(004370) 등은 밀가루 값에 이어 과자, 음료, 라면 등 제품가격을 잇따라 인상해 정부의 정책방향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이들 기업은 곡물가격 상승세가 누그러지지 않고 있어 제품가격 추가 인상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가격을 그대로 지키자니 수익성 악화가 불보듯 뻔하고, 올리자니 요즘같은 분위기에서 물가불안 주범으로 몰리기 십상인 것이다. 더구나 새 정부가 물가안정에 크게 신경쓰고 있는 분위기여서 더욱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통신과 정유사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수위가 `통신비 20%-유류비 10% 인하` 를 목표로 삼고 있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통신업계는 계속되는 요금인하 압력에 난색을 표하면서도 기본료 인하 여부 등 해법찾기에 고민하고 있다.
정유업계도 유류세 인하에서 해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분담요구 등 후속조치에 주목하며 긴장하고 있다.
통신과 정유사업를 양대축으로 갖고있는 SK그룹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반면 유통업체 중에서도 신세계 같은 곳은 상대적으로 느긋하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이마트 등에서 `가격 거품빼기`를 강하게 추진중이다. 이들 유통업체들은 제조업체들의 세일기간을 줄이는 대신 정상가격을 낮추도록 요구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를 단 PL제품이나 1년동안 가격에 변화가 없는 '365제품'등을 통해 물가안정에 주력하겠다는 것이 회사 경영방침이다.
일부 유통업체들의 이 같은 거품빼기는 가격결정권을 확보하고, 가격 안정을 통해 소비자 이미지 제고 등을 노린 것이지만, 물가관리가 현안으로 떠오른 새 정부 입장에서는 '예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SK 계열사 중에서도 SK네트웍스 같은 곳은 수입차 직수입으로 수입차 가격 인하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SK네트웍스는 서울 등의 자투리땅에 SK브랜드로 장기임대주택을 짓는 신규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안정과 서민생활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새 정부 코드를 잘 맞출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편 투자에서 적극적으로 코드 맞추기에 나서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확대, 고용확대 등을 통해 일자리창출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최근 “투자와 채용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화는 올해 투자를 전년 대비 2배 이상인 2조원으로 늘리고, 채용도 30% 확대하기로 했다.
대우건설에 이어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활발한 M&A에 나서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도 투자와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히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의 공약 중 큰 관심을 끌었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과 관련해서도 이미 현대건설(000720), 대우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등 종합시공능력 빅5 건설사들이 발빠른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잇따라 회의를 열어 단일 컨소시엄을 구성키로 하고 사업성 조사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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