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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부동산 정책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대출규제는 강화됐고 세제도 손질됐으며 대규모 공급계획도 발표됐다. 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서울 전역을 지정했다. 그런데도 서울 아파트 가격지수는 87.28에서 102.62까지 상승했다. 이제는 정책을 얼마나 많이 내놓았는가보다 왜 여러 대책에도 상승 흐름이 이어졌는가를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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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참여자가 궁금한 것은 몇 년 뒤 몇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보다 내년과 내후년에 실제 얼마나 착공하고 언제 입주를 하느냐이다. 계획 물량이 많더라도 사업이 지연되면 현재의 공급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 공급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숫자의 크기보다 실행의 신뢰다.
공급에 대한 불안이 남은 상태에서 대출을 강하게 규제하면 수요는 사라지기보다 이동했다. 대출 한도가 줄면 구매력과 거래량은 감소한다. 하지만 15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수 없게 된 사람이 반드시 매수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로 이동한다.
최근 강남권의 상승세가 약해지는 동안 강북과 외곽지역이 상승하는 현상도 이런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서울 전체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상승을 선도하는 지역이 이동했기 때문이다. 지역별 등락이 엇갈리는 상황에서도 서울 전체 가격지수가 86주 동안 상승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준다.
거래량 감소도 가격 안정과 같은 의미는 아니다. 거래를 제한하면 거래량은 줄일 수 있지만 매도자까지 매물을 거둬들이면 시장에 나오는 물량도 감소한다. 결국 소수의 거래가 가격을 결정하는 시장이 형성된다. 거래가 얼마나 감소했는지만으로 정책의 성과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세금 역시 마찬가지다.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 일부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보유자가 매물을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특정 가격대에서 매물이 증가한다고 서울 전체의 수급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고가주택 수요가 중저가 주택으로 이동하면 다른 지역의 가격을 밀어 올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제는 부담 수준 못지않게 예측 가능성도 중요하다. 보유세와 양도세, 공제기준과 실거주 요건이 계속 달라진다면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의사결정을 미룰 수 있다. 세제는 단기적으로 매물을 끌어내는 수단이 아닌 장기적인 보유와 매도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매매시장의 규제가 전월세시장으로 전이되는 문제도 있다. 대출을 줄이고 매수를 어렵게 만들어도 주거 수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집을 사지 못한 실수요자는 전세나 월세에 머문다. 입주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매수 대기수요까지 임대시장에 남으면 전월세 가격 상승 압력은 커진다.
공급과 대출, 세금은 따로 움직이는 정책이 아니다. 공급 불안 속에서 대출을 조이면 수요는 낮은 가격대로 이동하고, 세금을 높이면 일부 매물은 나오지만 수요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다. 매수를 포기한 수요는 다시 전월세시장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규제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의 연결고리를 다시 설계하는 일이다. 공급은 발표 물량보다 실제 착공과 입주로 평가하고, 대출은 가계부채 관리와 함께 규제 이후 수요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살펴야 한다. 세제 역시 시장 상황에 따라 반복적으로 변경하기보다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정책의 성과를 거래량 감소나 특정 지역의 단기적인 가격 하락만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수요를 억제한다고 주거 수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상승을 멈추기 위해 또 다른 규제를 더하기보다 왜 규제가 반복되는 동안에도 가격이 계속 오를 수 있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부동산시장 안정은 수요를 통제하는 정책보다 수요가 원하는 곳에 거래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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