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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15회 KG 레이디스 오픈(총상금 10억 원)은 달랐다. 28일 경기 용인시의 써닝포인트 컨트리클럽(파72)에서 2라운드가 끝난 가운데 대회 전 우승 후보로 꼽힌 강자들이 대거 주말 라운드까지 살아남았다.
올해 대회는 지난해보다 난도를 높였다. 전장을 늘리고 러프를 길렀으며 일부 홀의 페어웨이도 좁혔다. 특히 B러프는 지난해 50mm에서 올해 80mm로 30mm 길어졌다. 티샷이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곧바로 다음 샷에 부담을 안도록 세팅했다.
1라운드에서는 이런 변화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부드러운 그린이 공을 잘 받아준 덕분에 선수들이 과감하게 핀을 공략했고, 하루 동안 무려 385개의 버디가 쏟아졌다.
하지만 2라운드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비가 쏟아지면서 선수들은 우산과 우비를 번갈아 사용해야 했고, 젖은 페어웨이에서는 공이 구르지 않아 체감 전장도 길어졌다. 비가 내리는 상황에 맞춰 클럽 선택과 거리 계산도 새롭게 해야 했다.
핀 위치까지 1라운드보다 까다로워졌다. 상당수 홀이 그린 가장자리나 경사가 있는 지점에 핀을 꽂아 단순히 그린에 공을 올리는 것만으로는 버디 기회를 만들기 어려웠다. 핀을 직접 노리다 샷이 조금만 빗나가면 까다로운 퍼트나 쇼트게임을 남겨야 했고, 안전하게 그린 중앙을 노리면 긴 거리의 버디 퍼트를 감수해야 했다. 2라운드 총 버디 수는 229개에 불과했던 이유다.
역설적으로 이 같은 악조건 속에서 강자들의 경쟁력이 더 돋보였다. 버디가 무더기로 쏟아지는 상황에서는 작은 실수 하나로도 순위가 크게 밀리지만 코스가 어려워질수록 정확한 샷과 코스 매니지먼트, 위기관리 능력이 중요해진다. 버디를 잡지 못하더라도 파를 지키고, 샷이 흔들렸을 때 더블보기 이상의 큰 실수를 피하는 능력이 순위를 좌우했다.
실제로 리더보드 상단에는 익숙한 이름들이 대거 자리했다. KLPGA 투어 통산 3승의 노승희가 중간합계 9언더파 135타로 단독 선두에 올랐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활동 경험이 있는 짜라위 분짠(태국)이 1타 차 공동 2위(8언더파 136타)에 자리했다. 올 시즌 개막전 더시에나 오픈 우승자 고지원은 6언더파 138타 단독 6위, 지난해 메이저 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을 제패한 성유진은 5언더파 139타 공동 7위에 올랐다.
선두권 밖에도 우승 후보들이 줄줄이 살아남았다. 18년 만의 KLPGA 투어 3주 연속 우승과 시즌 5승에 도전하는 서교림과 디펜딩 챔피언 신다인이 나란히 4언더파 140타 공동 18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올해 ‘매치 퀸’ 방신실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특급 대회 어스 몬다민컵 정상에 오른 박현경도 공동 31위로 컷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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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신실은 “9번홀은 나와 스타일이 잘 맞지 않는다. 티샷 각도가 잘 나오지 않아 항상 드라이버를 잡지 못하고 우드나 하이브리드로 공략하는데도 불편하다”며 “오늘도 우드로 티샷을 했는데 공이 조금 밀렸다. 확실히 까다롭고 길게 느껴지는 홀”이라고 설명했다.
방신실 역시 2라운드의 경기 조건이 첫날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고 느꼈다. 특히 어려워진 핀 위치와 비 때문에 코스가 평소보다 길게 느껴졌다고 했다. 그는 “5, 6번 아이언 등 긴 클럽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메이저 한국여자오픈 준우승자인 아마추어 국가대표 양윤서도 벼랑 끝에서 살아남았다. 양윤서는 전반 18번홀(파5)에서 티샷 OB로 더블보기를 범한 데 이어 후반 1번홀(파4)에서도 컷 탈락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이후 빠르게 마음을 다잡았다. 3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반등의 계기를 만든 뒤 6번홀(파4)과 7번홀(파4)에서도 연속 버디를 낚았다. 결국 중간합계 2언더파 142타 공동 44위로 컷을 통과하며 주말 라운드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컷오프는 1언더파였다.
상위권 선수들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단독 6위로 반환점을 돈 고지원은 마지막 9번홀(파5)에서 1m도 되지 않는 파 퍼트를 놓쳐 보기를 기록한 것을 가장 아쉬운 장면으로 꼽았다.
우승 후보들이 대거 살아남은 가운데 그나마 눈에 띄는 이변은 고지우의 탈락이었다. 지난달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고지우는 이번 대회 전까지 KG 레이디스 오픈에 4차례 출전해 2차례 ‘톱4’에 오를 정도로 써닝포인트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올해는 공동 71위에 그치며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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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원은 “무빙데이인 3라운드에서는 최대한 많은 타수를 줄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대회가 기존 3라운드 54홀에서 4라운드 72홀로 확대되면서 우승 경쟁의 변별력도 한층 커졌다. 지난해까지는 2라운드를 마치면 마지막 18홀만 남았지만 올해는 36홀을 더 치러야 한다.
54홀 대회에서는 하루의 ‘몰아치기’가 우승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크다. 한 라운드에서 7~8타를 줄이는 폭발적인 플레이를 펼치면 나머지 라운드에서 다소 흔들리더라도 우승까지 내달릴 수 있다. 반면 72홀에서는 나흘 동안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해야 한다. 하루 반짝하는 경기력만으로는 정상에 오르기 어렵고, 샷과 퍼트뿐 아니라 체력과 집중력, 위기관리 능력까지 두루 갖춰야 한다.
특히 올해처럼 세팅이 까다로워진 데다 날씨까지 변수로 등장한 대회에서는 18홀이 늘어난 의미가 더욱 크다. 하루의 좋은 감각보다 나흘 동안 얼마나 꾸준하게 경기력을 유지하느냐가 우승자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된다.
첫날 ‘버디 잔치’와 둘째 날 폭우·까다로운 핀 위치라는 시험을 통과한 강자들은 이제 남은 36홀에서 진짜 승부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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