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혈중(ferritin) 페리틴 수치가 높으면 ‘빈혈은 안심’이라며 반기는 사람이 많지만, 지나치게 높으면 오히려 고요산혈증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적으로 혈청 페리틴 수치는 체내 철 저장량의 지표로 사용됐지만, 과도하게 증가한 혈중 페리틴 수치는 체내 염증의 지표가 된다는 의미다.
22일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순천향대 천안병원 가정의학과 오정은 교수팀이 2020년 1월∼2020년 12월 대학병원 건강검진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남성 2,833명을 대상으로 혈중 페리틴 수치와 고요산혈증의 관련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성인 남성에서 혈청 페리틴 수치와 무증상 고요산혈증의 관계: 대학병원 건강검진센터(2020) 자료를 이용하여)는 대한가정의학회지 최근호에 실렸다. 성인 남성의 고요산혈증 유병률은 26.8%로, 성인 여성(6.6%)의 네 배였다. 고요산혈증은 혈중 요산이 증가한 상태로, 일반적으로 남성 7.0㎎/㎗ 이상 여성 6.0㎎/㎗이면 고요산혈증으로 진단된다. 요산 수치가 높아질수록 염증성 질환인 통풍 발생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 교수팀은 혈중 페리틴 수치를 토대로 성인 남성을 1∼4그룹으로 나눴다. 혈중 페리틴 수치가 가장 낮은 1그룹 남성 대비, 가장 높은 4그룹 남성의 고요산혈증 발생 위험은 2.2배였다. 2그룹과 3그룹의 고요산혈증 발생 위험도 1그룹보다 각각 1.2배ㆍ1.4배 높았다.
오 교수팀은 논문에서 “결론: 성인 남성에서 고요산혈증은 혈중 페리틴 수치 증가와 관련이 있었다”며 “혈중 페리틴 수치는 염증의 보조 지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통풍은 요산 수치가 증가함에 따라 유병률이 높아지는 염증성 질환”이라고 지적했다.
높은 혈중 페리틴 수치가 고요산혈증의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은 체내 철의 과잉이 세포의 산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높은 혈중 페리틴 수치는 다양한 만성 질환ㆍ자가 면역 질환ㆍ종양 발생의 지표이기도 하다.